[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정부-한은 “공급요인에 기인한 저물가”…‘D의 공포’는 기우?

저성장·저물가 대응 재정-통화 정책공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전환기적 흐름 강타

근원물가는 1% 내외의 상승흐름 유지 연말께 기저효과 완화 0% 중후반 회복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0%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연합=헤럴드경제]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제한 등 대외리스크가 고조된 가운데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심화되면서 디플레이션 논란까지 확산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며 통화와 재정 부문의 정책조합(policy-mix) 강화에 나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갖고 최근의 물가 동향 등 거시경제 여건과 대응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같이 밝혔다. 또 두 기관은 현재의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만큼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양 기관이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거시경제협의회는 기재부와 한은이 국내외 거시경제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11년 설치한 부기관장급 협의체다. 기재부와 한은은 이전에도 현안이 있을 때마다 거시경제협의회를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김 차관 취임 후 처음 열려 공개로 진행했다. 특히 이날 협의회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에서 열려 주목을 끌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차관은 이번 협의회 개최 배경과 관련해 “우리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가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전환기적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며 “정책당국 간의 긴밀한 소통과 조화로운 정책조합은 새로운 경제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초적이고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0.0%를 기록한 데 대해선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의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의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에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그러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물가 흐름의 연장선에서 수요 둔화로 저물가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물가는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 수준이 장기간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변동성이 큰 공급측 요인과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되는 정책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1%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해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가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분간 공급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은 0% 내외에 머물것으로 보인다”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글로벌화와 온라인거래 확산, 기술진보 등 경제 구조변화에 따른 물가영향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총재는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정부정책 측면의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전년동월의 기저효과도 있어 최근 크게 낮아졌지만, 연말 경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가 변동과 관련해 “글로벌 차원에서 장기간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물가의 움직임에 있어 경기순환적 요인 뿐만아니라 글로벌화,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품시장에서는 글로벌 공급사슬 확대와 전자상거래 확산이 인플레이션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에서도 자동화 진전과 저임금 노동공급 증가 등이 임금상승을 제약하고 있다”면서 경기와 인플레의 관계도 종전보다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우리나라는 대외개방도가 높은 가운데 IT기술 보급과 온라인 거래 확산 정도가 빠르고 인구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돼 구조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감안해 물가 상황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경제주체들과 적극 소통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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