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박무진 리더십은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고 ,잘못 인정할 줄 아는 것”

20190903000461_0[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진희(48)의 연기는 물이 올라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애인있어요’ ‘미스티’ 등 멜로물에 강한 지진희는 최근 종영한 장르물인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할을 맡아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지만 미국 정치 상황과는 다른 우리의 상황들을 적절히 배치해 몰입도를 높였다. 정치 드라마가 잘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60일, 지정생존자’의 성공은 나름 의미가 있다.

2년전에 원본인 미국드라마를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간간히 나오지만, 쉽지 않다. 이번 드라마는 작가가 특히 힘들었을 것 같다. 대본이 완벽했다. 특히 1~4회를 잘 풀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균형을 잘 잡았다. 미국 보다 우리 드라마가 더 재미 있었다.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 이야기가 많이 가미돼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지정생존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지진희는 갑자기 발생한 국회의사당 테러폭파 사고에서 살아남아 대통령 권한 대행의 자리에 오르는 환경부 장관이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박무진은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또 하나 박무진 리더십의 요체는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는 점이다. 이게 박무진에게 답답하고 완벽하지 않는 모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좌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리더의 모습이었다. 뭔가 안될 것 같은 데 조금씩 돼 나가는 모습이었다.”

지진희는 “나는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을 잘 모른다. 하지만 박무진이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박무진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면 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면서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거기에 국제적인 문제들도 개입이 된다. 하지만 그 해결과정이 보편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이기는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했다”고 이번 드라마에 대한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자신이 ‘고구마’(답답한 캐릭터)여야 했다고 했다. “내가 처음부터 끌고가서는 안된다. 상황이 끌고가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박무진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는 사실도 전했다. “박무진이 60일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렸을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그 기간에 쿠데타 음모까지 나오지 않나.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음식물을 토하기도 한다. 살도 뺐다. 이 부분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살짝 참고했다.”

지진희에게 실제로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봤다.

“박무진이 대통령 권한 대행 시절 대통령 자리에 앉지 않고 업무를 보다가 딱 한번 의자에 앉아본다. 마치 절대반지 같은 권력이 느껴졌다. 내가 권력을 잡는다면 직장 선후배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우리는 수직구조인데, 말단들도 자유롭게 대화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고싶다. 홍콩에서 진가신 감독의 영화를 찍을 때 후배 스태프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게 부러웠다.”

지진희는 “이번 드라마에서는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게 아니고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조금 양보한 면이 있다. 오히려 드라마가 더 잘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사실 후배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임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드라마는 만족스럽다.”

지진희는 이제 멜로는 물론이고, 사극, 코미디도 가능하고 대통령 연기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배우다. “‘대장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출연했다. 그후 내가 받을만한 인기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누리는 것 같아 힘들었다. 내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 중년의 멜로, 진짜 멜로를 보여주었다. 사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정신적 불륜을 연기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미스티’에서 이 나이에 박한별과 김남주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그런 역할, 지금도 멜로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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