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의 공포…마이너스 경제의 엄습

최근 파생결합상품 사태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 독일과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일본도 2016년 7월의 최저치에 더욱 근접했다. 미국의 ISM제조업 지수가 2016년 긴축공포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돌며 기대치에 미달했다. 독일 경제는 영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며 ‘브렉시트(Brexit)’가 경기후퇴(recession)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성장이 멈추는 ‘마이너스 경제’의 공포가 한걸음 더 가까이 온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소비자물가가 0%아래로 떨어지며 ‘D(deflation)’ 공포가 엄습했다.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는 석달 연속 음(陰)의 영역에 머물렀다. 체감물가와는 다르다. 실질성장이 명목성장을 따르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이다. 내수보다는 수출, 소비 보다는 생산비중이 큰 우리 경제 구조다. 대외 여건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가 모두 어렵다.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 무질서한 유로존 탈출을 강행 중인 영국, 장기침체 끝에 결국엔 고립주의로 되돌아선 일본, 세계적인 무역 위축으로 제조업 최강국의 지위를 위협받는 독일이다. 이제 세계 금융권의 초미 관심은 달러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진입할 지 여부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생산은 부진한 데, 소비는 견조한 편이다. 소비 비중이 워낙 높은 구조지만, 생산위축과 무역장벽 강화, 그리고 그에 따른 구매력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 세계 주요국 국채 가운데 수익률(yield)가 가장 높은 게 미국 채권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이 줄어드는 독일이나 일본 채권과 달리 이자라도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연준은 현재 2~2.25%인 기준금리를 연내 25bp, 내년까지 100b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일본과 독일에서 투자활력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이 눈에 띈다. 현재 이들의 마이너스 금리는 돈을 맡기면 돈을 내라는, 달리 말하면 돈을 주면서 돈을 빌려쓰라는 형태는 아니다. 보다는 위험하니 안전한 국채로 피난한 형태의 경과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장담이 어렵다. 오히려 경제난을 자인한 꼴이 되면서 미국 내의 자금들까지 채권으로 몰려들 게 할 지 모른다. 최근 기업들의 현금 사재기 조짐이 엿보인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차입이 급증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발행이 활기를 띄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섣부른 예측보다는 발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일단 초저금리에서 현금보유는 그리 나쁘지 않은 포지션이다. 자금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른다면 경제회복에 베팅을 해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본식 장기불황의 세계화다. 가치를 지키거나,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곳에 돈을 둬야 한다. 지금은 현금이 왕이다. 홍길용 기자ㅣ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