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존슨 vs 하원, 최후의 결전 치닫나

브렉시트 강행·저지 배수진

하원, 결의안 이어 EU법 강경

총리는 조기총선 공식화 압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하원 긴급 토론 및 표결 후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하원은 의사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에 부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켜 다음날 브렉시트의 3개월 연기를 골자로 하는 법안 표결을 실시하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법안이 통과할 경우 의회해산과 총선 추진 입장을 즉각 밝혔다. [EPA=헤럴드]

유럽연합(EU)과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없는 EU 탈퇴)’만큼은 저지하겠다는 하원 간의 대치가 마지막 결전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원이 오는 4일(현지시간)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를 3개월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입법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존슨 총리는 ‘연기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조기 총선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 간 공전해 온 브렉시트 정국은 또 한 번의 연기냐, 아니면 조기 총선이냐를 결정짓는 역사적 모멘텀을 맞게됐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의회는 노딜 브렉시트와 관련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표결을 통해 향후 의사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으로 넘기는 결의안을 찬성 328표,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하원은 4일 노딜 브렉시트를 방어하기 위해 마련한 EU(탈퇴)법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힐러리 벤 노동당 의원이 제안한 EU법의 골자는 하원이 내달 19일까지 영국과 EU 간의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거나, 노딜 브렉시트 강행에도 찬성하지 않을 경우 총리가 EU집행위원회에 2020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원이 입법 논의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제한하기 위해 ‘의회 중단’이란 초강수까지 뒀던 존슨 총리는 이날 ‘첫 패배’의 쓴 맛을 봄과 동시에 브렉시트 주도권마저 하원에 뺏기게 됐다. 그는 EU와의 재협상을 위해서는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 선택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 총리의 강경 전술이 동등한 저항에 부딪혔다”고 전했고, BBC는 “그는 브렉시트 정국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투표에서 패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추진을 공식화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하원에 출석해 “하원이 법안에 투표한다면 17일에 브뤼셀(EU 정상회의)에 갈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면서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라 (총선)동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다수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조기 총선 시점은 10월 14일이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추진에 나설 가능성은 높다. 결의안이 과반이 넘는 지지를 얻어면서, EU법 역시 무난히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BC는 “조기총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기 총선 승인안이 하원에 상정되더라도 가결정족수인 하원의원 3분의 2의 지지를 얻을 지는 미지수다. 보수당 내 ‘노딜 반대파’들이 고개를 들면서 당 내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이미 결의안 표결에서 21명의 보수당 의원이 당론을 거부하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밝혀졌고, 같은 날 친EU 성향의 필립 리 의원이 탈당하면서 보수당은 다수당의 지위마저 잃은 상황이다.

NYT는 “존슨 총리의 의회 중단 조치 이후 당 내 기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보수당의 반(反)존슨 의원들은 브렉시트는 지지하지만, 합의가 전제된 거래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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