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매물 쏟아지는데…움츠린 한국 M&A 시장

아시아나·웅진코웨이 매각에 대기업 실종 실적 대비 높은 몸값이 대기업 인수 의지 꺾어

1조원 고수에 한솔제지도 태림포장 포기 승자의 저주 우려에 알짜 외국회사 인수로 눈길 돌려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하반기 들어 업계 판도를 뒤흔들 1조원 이상 규모의 굵직한 인수합병(M&A)나 구조조정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예비입찰 진행 결과 흥행성적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M&A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대기업들이, 몸값이 부풀려진 국내 매물보다 주력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해외 매물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서 관심을 모았던 SK, GS, 롯데, 한화 등 중량감 있는 대기업 그룹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예비입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앞서 매각절차가 진행된 웅진코웨이와 태림포장 역시 마찬가지다.

웅진코웨이는 렌털시장의 급속한 성장세와 720만 계정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유통 및 전자업계 대기업들이 대거 응찰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중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SK네트웍스 뿐이다.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이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경쟁에 나섰지만 하이얼은 지난 2015년 첫 매각 당시에도 완주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어 실제 인수 의사가 불확실하다.

매각 측이 높은 가격을 고집한 것이 대기업의 인수 의지를 꺾은 원인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인수와 추가지분 인수까지 1조8800억원 상당을 쏟아부었다. 1조원 이상 빌린 외부 차입금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을 메우기 위해 매각가 2조원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경우 금호산업 측이 구주매각 가격을 최대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게 걸림돌이다. 인수 후보 입장에선 상반기 기준 부채가 9조6000억원(부채비율 660%)에 달하는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위해 추가 지원 부담까지 안아야 하는데다 최근 일본 불매 운동 등으로 항공업 업황이 나빠진 점도 인수 후 수익성을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패키징사업 부문을 신설하며 태림포장 인수에 적극성을 보였던 한솔제지 역시 최대주주인 IMM PE 측이 1조원 이상을 고집하자 인수를 포기했다.

반면 다수의 사모펀드가 입찰에 응한 LG CNS나, 비바리퍼블리카와 나이스그룹이 군침을 흘리는 LG유플러스 PG 사업부 매각에서 보듯이 대기업보다 재무적투자자(FI)나 중견·벤처기업의 몸집불리기 시도가 더 눈에 띄는 상황이다.

2조원을 들여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했던 CJ제일제당이나 코웨이 인수를 위해 과도한 외부 차입에 의존했던 웅진의 ‘승자의 저주’가 ’반면교사’로 작용하면서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게 IB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글로벌 IB 고위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국내 M&A 시장에 비주력 자회사를 내놓기는 하지만 최근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몸값이 오른 국내 기업 인수에는 관심이 적다”면서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했던 한화그룹이 유럽 항공부품업체 EDAC을 인수한 것에서 보듯이 적은 인수자금으로 주력 사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외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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