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철회는 ‘썩은 살에 반창고’”…성난 홍콩 민심에 시위 끝날지 의문

시위대·정치권 “너무 부족, 너무 늦었다”

5대 요구사항 모두 수용 촉구

전문가 “송환법 철회만으로 효과 있을지 의문”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하는 장명이 TV화면에 나오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이 무심한 듯 지나가고 있다.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88일 만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했지만 성난 민심이 곧바로 사그라들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람 장관이 시위대의 요구 중 한 가지만 수용한 데다 시기도 너무 늦어 시위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현지시간) “람 장관의 송환법 깜짝 철회는 수주 간의 시위를 끝낼 것이란 희망보단 회의론을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다.

시위대와 정치인 양측 모두 람 장관의 양보가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람 장관의 연설 방송 후 불과 3시간 만인 이날 오후 9시께 시위대 중 강성 그룹 대표들은 의회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발표가 “썩은 살에 반창고”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섯 가지 요구사항이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Five demands! Not one less!)”라는 구호를 외치며 모든 요구사항이 수용되기 전까진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미디어에서도 이같은 구호가 쇄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당초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였다.

하지만 람 장관은 이 중 송환법 철회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범민주 인사들과 시위 지지자들은 그가 5가지 요구사항을 모두 해결하지 않으면 긴장이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람 장관 자문 회의에 참석한 정치분석가 레이먼드 막카춘은 “시위대는 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감정적으로 이끌렸다”면서 “송환법 철회만으로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SCMP에 밝혔다.

시민 펄(69)씨도 “시위 이유는 더 이상 송환법에 대한 불만 때문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대표는 람 장관의 결정이 “가짜 양보”라며 “시위대가 계속 시위를 이어갈 경우 이를 핑계 삼아 더 강력한 조치로 진압하기 위한 준비”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 위기가 끝났다고 믿는다면 후회할 수 있다”면서 “송환법은 시위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고, 그것의 철회는 시위의 종료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송환법은 홍콩 내 정치적 문제를 드러낸 ‘징후’이지 이유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 시위대는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고, 싸울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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