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홍콩시위·성차별…‘정치 논란’ 함께뛰는 축구판

글로벌 축구스타 EPL 제약 우려

홍콩 시위대 검은 홍콩기 흔들고

이란 여성 경기장 입장제한 논란

10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홍콩과 이란간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현지 축구팬들이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와 홍콩 자치 요구 시위의 상징인 ‘겅은 홍콩기’를 들고 있다. [AFP·AP=헤럴드경제]
지난 2015년 3월 스웨덴과 이란 축구대표팀간의 친선경기가 열렸던 스톡홀롬의 경기장에서 축구팬들이 이란 여성의 축구관람 허용을 요구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AP=헤럴드경제]

“프리미어리그의 미래가 두렵다”(한 EPL 소속 선수)

세계 최고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때아닌 뜻밖의 불똥을 맞을 위기다. ‘프리미어리거’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축구스타들의 EPL 활동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제약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연합왕국(영국)에 소속된 국가들의 프리미어리그 잔존 가능 여부도 불활실한 상태. 정치와 외교, 경제적 문제로 국한돼 논의됐던 브렉시트가 전세계 축구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콘텐츠마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다름아닌 한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브렉시트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게임이 화제다.

제프 블라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축구는 세계만큼이나 오래됐다”고 했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그 원시적 기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축구는 세계인이 가장 즐기고, 사랑하는 스포츠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왔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축구 월드컵이 국제적 이벤트로 자리잡은 것이 말해주듯, 전문가들은 축구가 그 역사만큼이나 각종 정치적 이슈들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최근 며칠새 축구가 세계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는 것도 결코 낯선 현상은 아니다. 포스트-브렉시트 시대를 맞은 EPL의 미래가 게임화돼 출시되고, 중국 국가를 향한 홍콩 관중들의 야유, ‘여성 출입금지’ 구역인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잡힌 이란 여성 등 축구를 둘러싼 각종 사건 사고에는 오늘날 국제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겨 있다.

4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는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열린 경기장에 때아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저녁 홍콩에서 열린 홍콩 대 이란 대표팀의 경기에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색 옷을 입고 등장한 홍콩 관중들은 경기 전에 중국 국가가 나오자 관중들 대부분이 그라운드에서 등을 돌리고 서서 홍콩의 신(新)국가인 ‘메이 글로리 비 홍콩’를 제창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홍콩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법에 이어 애국가에 대한 모독을 범죄로 규정하는 소위 ‘애국가법’이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요하네스 챈 홍콩대 법대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애국가법은 모욕적인 행동이 기소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일 수 있다”면서 “이 법은 유사한 범죄에 대해 일반적으로 6개월 형을 내리는 것과 달리, 이보다 훨씬 긴 2년까지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시나리오를 적용한 축구 게임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새로운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브렉시트와 관련한 이슈를 담은 축구 시뮬레이션게임 ‘풋볼 매니저’는 EPL 선수들의 활동권을 보장하는 취업비자와 국제선 이용 제한 등 브렉시트로 인한 변화들을 반영했다.

이 게임은 출시 후 200만장 이상이 판매됐다. 게임은 소프트 브렉시트를 가정했을 시 EU 국가 간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지만, 하드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시에는 EPL이 자국 및 EU, 비EU 선수 인원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리그 ‘세리에 A’ 형태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게임을 제작한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마일스 제이콥슨 국장은 “브렉시트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실제 세계와 같은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돼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금지하고 있는 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슬람 국가의 뿌리깊은 문화적 이슈 중 하나인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한 국제적 문제의식을 제고 시키고 있다.

10일 이란 현지 언론은 올해 3월 테헤란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경찰에 적발, 구속된 한 30대 여성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보도에 따르며 검찰은 그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 역시 여성의 축구경기장 출입 금지 조치를 문제삼았다. 이란축구협회는 FIFA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 내달 10일 이란에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일반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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