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달 궤도선 정말 쏘아 올릴수 있을까

수시로 변경되는 달 탐사 계획…기술적 문제로 이견도 지속

예산낭비 논란도 새로 불거져…전문성 등 정책 난맥상 노출

한국의 달 탐사 상상도 [항우연]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국의 달 궤도선(KPLO) 발사 연기가 12년 사이에만 벌써 세번째다. 잦은 사업 계획 변경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는 예산, 여기에 연구과제를 둘러싼 연구진간 갈등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2022년 달 궤도선 발사’ 계획도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여전히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국가우주위원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2020년 12월로 예정됐던 한국형 달 궤도선 발사 시기를 2022년 7월로 19개월 연기했다. 달 궤도선 목표 중량도 당초 550㎏가 아닌 678㎏로 늘었다. 원형으로만 달을 돌려던 계획도 타원형과 원형 궤도 병행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같은 변경 계획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견이 나온다. 달 궤도선 중량 증가에 따라 연료탱크의 용량도 같이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달 궤도선 목표 중량을 늘리면서도 연료탱크 260ℓ는 당초 기본설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궤도를 변경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무게가 128㎏이나 늘었다. 연료탱크 증대 없이 갈 수 있다고 보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라며 “최근 인도, 이스라엘 착륙선이 달 착륙에 실패한 데는 예상치 못한 우주 이벤트로 인한 연료 소모가 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이견으로 시작된 연구진간 갈등이 추스러지지 않은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도 연구 개발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 3월 달 탐사 사업 소속 연구원들은 “달 궤도선 중량을 늘려야 한다는 현장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사업단장의 해임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나 항우연 차원의 책임 소재 파악이나 조직 개편은 없었다.

신명호 항우연 노조위원장은 “현장의 연구원들은 이미 1년 전부터 달 궤도선 중량 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라며 “그런데 이를 반대했던 사람이 사업단장이었다. 결국 사업이 지연됐고 정부 예산도 추가적으로 늘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협의도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진 간 이견을 봉합하고 연구 방향을 총괄·조정해야 하는 과기정통부의 전문성 부재가 문제라는 과학계 목소리가 크다. “상시 점검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과거 과기정통부는 2017년 달 궤도선 발사 목표를 2020년으로 연기하면서도 “향후 추가적인 일정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를 통한 상시적인 점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주개발 사업 예산은 확대되고 있지만 전담부서는 오히려 감소했다”라며 “외교·안보·산업 등으로 우주정책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우주 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은 거대공공연구정책과·우주기술과 등 과장급 2개 조직에 불과하다. 한 명의 심의관이 지난 2007년 맡은 사업은 9개 사업(2934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29개 사업(6028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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