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행정가라면..이재명처럼 했을까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 아인슈타인은 천재과학자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명언도 남겼다. 이 중 기억남는 명언은 ‘한번도 실수를 해보지않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이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고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변하는 것은 없다는 의미다.

요한복음 8장에는 간음한 여인이 돌에 맞고 있었을 때, 예수께서 돌을 던지는 자들을 향하여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씀하시자 모두 돌을 내려놓고 흩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 작가인 루쉰 (1881-1936)의 작품 중 하나인 ‘고향’의 마지막 장면에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있다. ‘희망이라는 것은 원래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없거니와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실상 땅 위에 본래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 대사는 공중파 TV 드라마 ‘다모’에서 장성백의 대사로 인용됐다. 장성백은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길이되는 법”이라고 했다.

이젠 정치인을 존경하는 국민은 많지않다. 그저 흥행거리고 얘기거리에 불과한 밥상주제일 뿐이다. 실망이 크다. 뉴스에 정치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국민들도 많다. 진보·보수, 좌·우파 등 옛날이나 지금이나 ‘당파싸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정치는 원래 그런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신에 근접한 환상이 없다.

어쩌면 정치인에게 신(神)과 같은 인격체를 요구하는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막걸리 사주고 포장된 환상은 이젠 통하지않는다. 친구가 이런말을 했다. ‘나쁜 놈과 덜 나빠보이는 놈’중에 정치인을 찍는다고 했다. 좋은 정치인은 당초부터 기대하지않았다는 의미다.

5년전부터 ‘이재명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했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정책(청년복지 등)을 들고 나왔고, 무상교복의 창시자가 됐다. 메르스 사태때 정부방침에 반기를 들고 메르스 환자 정보를 독자 공개했다. 당시 삼성병원에도 없는 메르스치료 음압병실을 성남시립의료원에 이미 설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르스 전사’라는 별칭도 얻었다. 결국 정부는 손을 들었고 환자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완벽한 인격체가 아니다. 완벽하다면 신(神)이다. 하지만 이재명 만의 독특한 라이프가 있다. 이미 한번 망한 사람에게 시즌 2를 열어주고, 주홍글씨를 가진 채무자 빚을 갚아주는 주빌리 은행을 선보였다. 일개 기초자치단체장(성남시장)이 대통령과 맞짱 뜨고 ,자기보다 몹집이 큰 정치인을 상대로 ‘쓴소리’를 했다. 거침없이 다가오는 적에 맞서 결코 비굴하지않은 몇 안되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순식간에 SNS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강물(정치)를 떠난 연어(국민)들이 하나 둘씩 정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치보고 망설였던 정치인 중에서 NO재팬운동을 벌인 최초근원지도 이재명 지사다. 한 예로 최근에는 아무도 시도못했던 여름 계곡 불법 영업 철거에 들어갔다.

그가 먼저 시도하고 건의한 수많은 정책이 정부 정책으로 채택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길거리에서 고리대금 사채업자 명함 1장을 주워들고 끝까지 추적했던 이 지사는 이젠 생사를 넘나드는 마지막 모험을 떠나야만 한다. 하늘이 정한 시간이 그만큼 뿐이면 받아들여야하고, 다시 열어준다면 모든 운명을 걸고 한국정치사를 개혁해야한다. 그야말로 올인이다.

요즘 경기도청은 또다시 암운(暗雲)이 돌고있다. 이지사가 추진했던 독보적인 정책이 암초를 만나 좌초될까봐 걱정하는 도민이 많다. 역대 경기도지사만을 따지면 이젠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흑역사’다. 경기천년(2018년)이 지난지 1년이 됐을뿐이다. ‘희망과 절망’ 두가지 단어중 하나는 새해 경기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지사는 “나는 이카루스가 아니다. 욕망으로 정치를 시작해 본적이 한번도 없고, 뭐가 되기위해 정치 설계와 이미지 세탁을 해본적이 없다”고 했다.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이 행정가라면 이재명 처럼 독보적인 정책을 선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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