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덮치는 마이너스의 공포

글로벌 무역환경 급변

성장·물가·금리·분배 모두 영하(零下)의 마이너스로

[Adobe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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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세기 독일의 과학자 파렌하이트는 영하(零下)의 개념이 없는 화씨 온도계를 발명한다. 당시 사람들이 음수(陰數)에 대해 느끼는 공포심이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조금 앞선 시대의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은 수에 있어서 음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이너스의 세계는 근대에까지도 미지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현대에 들어 수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마이너스는 낯설지 않아졌다. 하지만 성장과 발전을 전제로 하는 경제에서 만큼은 마이너스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성장, 물가, 금리, 분배 등 각종 지표들이 음의 영역(negative territory)에 진입하는 미증유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경제성장률은 낙관 전망도 2% 초반대로 작년에 이어 두 해 연속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의 여파 확대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특히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며 실제 성장률과의 차이가 벌어지는 ‘GDP 갭률’ 마이너스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한 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네거티브 경제의 공포를 현실화시켰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과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생산과 수출 등 우리 경제 성장엔진 둔화에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는 시중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도 뚜렷해지는 데서도 확인된다. 성장과 물가의 종합측정 지표인 금리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미 여러 선진국들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한 상태에서 우리 기준금리도 다음달 다시 사상 최저 수준(1.25%)으로 떨어질 수 있단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1.0%를 넘어 0%대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올정도다.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게 되면 전세계적인 금리인하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에따라 우리도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초저금리가 과연 경제활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달리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서 각국의 생산성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은 투자 수익률과 직결된다. 투자로 돈이 흘러가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특히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 보호무역주의는 최악의 무역 환경이다.

소비와 직결되는 분배 지표도 역행하고 있다. 올 2분기 가구원 2인 이상 일반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작년 2분기(5.23배)보다 악화됐다. 역대 최대치다. 생산적 투자가 아닌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저금리에서 규모의 경제는 위력을 발휘한다. 자산가들은 차입비율을 높여 절대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양극화는 소비의 중추인 중산층에 치명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6일 “경제는 기본적으로 플러스가 나오는게 정상이고, 마이너스란 있어선 안되는 영역의 숫자”라며 “경제도 심리라 한번 침체에 진입하면 빠져 나오기가 무섭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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