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남의 광장’, 백종원의 선한 의지와 선한 영향력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명절연휴에는 파일럿 예능들이 나와 시청자의 지지를 받은 프로그램은 정규로 편성된다. 이번 추석명절에 나온 예능들은 이전에 비해 숫자가 줄어들었다. 10년 전통의 MBC ‘아이돌스타선수권대회’와 KBS ‘부르면 복이 와요 달리는 노래방’은 새롭다기보다는 친숙하고 익숙함에 기댄 기획이었다.

SBS는 기획과 의미를 담은 파일럿을 선보였다. 토크의 신 신동엽과 신뢰의 남자 김상중을 출연시켜 술과 담배의 해악성에 대한 대결을 토론하는 ‘신동엽VS김상중 술이 더 해로운가 담배가 더 해로운가’는 2049시청률 2.6%와 가구 시청률 6.3%로 두 부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은 것이다.

맛의 대가 백종원이 나서 특산물 살리기 프로젝트를 선보인 ‘맛남의 광장’도 2049시청률 2.0%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맛남의 광장’은 백종원 대표의 도움을 받아 지역 특산물도 살리는 공익적 의미와 예능적 재미 모두를 거두는데 성공해 정규 편성의 가능성을 높였다.

‘맛남의 광장’은 지역 특산품이나 로컬푸드를 이용해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신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휴게소, 공항, 철도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지역 농가를 돕겠다는 선한 의지가 담겨 있어 좋았다. 유례없는 풍년으로 양파, 마늘 등 농산물의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폭락했던 ‘양파 파동’ 당시 백종원 대표는 양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각종 양파 활용 레시피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총 5편의 시리즈로 구성된 해당 영상은 1천만 뷰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맛남의 광장’ 역시 지역 농가를 살리자는 백종원 대표의 선한 의지로 시작됐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농산물이 꾸준히 소비 될 수 있도록 이 메뉴를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백종원 대표는 충청북도 영동의 청정 자연을 품은 표고버섯, 영동의 숨은 특산품 옥수수 그리고 미세한 흠집만으로 비상품으로 분류되는 복숭아를 활용한 신메뉴를 연구,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한 메뉴를 ‘황간휴게소’에서 직접 요리하고 판매까지 하며 장사 전선에 뛰어 들었다. 이는 백종원 대표가 음식을 맛보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장사에 출격한다는 차별점을 지녔다. 메뉴 개발부터 재료 손질, 레시피, 장사까지 백종원 대표 전반의 노하우와 활약상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이끌어냈다.

특히 장사 속도가 자꾸 떨어지는 양세형에게 백 대표가 음식을 빠르게 담는 법, 플레이팅 하는 법 등의 조언을 해주는 장면에서는 7.7%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백종원은 미리 충청북도의 농가를 직접 돌아다니며 옥수수, 표고버섯, 복숭아 세 가지 품목을 선정해 레시피 개발에 나섰다. 이는 풍년으로 인해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진 특산물들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자는 백종원의 염원이 반영된 것. 그렇게 해서 영표덮밥, 복숭아를 이용한 간식 피치코블러, 마약 옥수수, 영동표고국밥 등이 메뉴로 만들어졌다.

백종원 대표는 “시작은 미비하지만, 사명감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농산물을 파는 사람, 음식을 만드는 사람, 음식을 먹는 사람도 모두 즐거워야 되기 때문에 예능에서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쉴 틈없이 일하게 된 양세형과 백진희, 박재범은 녹초가 됐다. 당황한 양세형은 백종원에 “선생님. 이거 예능이라면서요?”라고 묻자, 백종원은 “앞에 리얼이 빠졌잖아”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여러분들 너무 장사에 열중한다”면서 “장사보다 중요한 게 영동의 특산물을 홍보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들이 개발한 메뉴는 지금도 황간휴게소에서 판매하고 있어 누구나 맛볼 수 있다. ‘맛남의 광장’은 농민도 행복하고 음식을 판매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사먹는 사람도 행복한 예능을 만들어냈다. 윈윈윈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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