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바리스타가 생각하는 적절한 커피 가격은

[리얼푸드=민상식 기자]“고품질의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그에 걸맞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 이는 미국에서 커피업체를 운영하면서 늘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미국 뉴욕의 한국인 바리스타 변옥현 라운드케이 대표는 미국인에게 커피란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변옥현 라운드케이 대표 [라운드케이 제공]

변 대표는 “한국인은 김치 맛에 익숙해진 만큼 보편적인 기준도 갖고 있어 어떤 김치가 맛있고, 또 어떤 김치가 특별한지 어렵지 않게 구분해 낸다”면서 “하지만 한 식당에서 ‘이 김치는 매우 특별한 것이니 한 접시에 만원을 내시오’라고 했을 때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돈을 지불할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커피가 우리의 김치와 같다. 뉴욕에서 커피 한 잔의 평균 가격은 아메리카노 3.5달러(약 4000원)이다. 뉴욕의 높은 물가를 고려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그는 “편의점에서는 보통 1.75달러(약 2000원), 대형 편의점이나 체인 및 주유소로 넘어가면 가격은 더욱 내려간다”면서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는 건 커피를 파는 입장에서 난감한 일이다.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커피가 소비자에게 기호식품을 넘어서 일상생활의 빵이나 물처럼 꼭 필요한 소비재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변 대표는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최근 사이폰커피(기구를 통해 커피를 가열해 거르는 방식) 머신 업체인 알파도밍쉐(Alpha Dominche)가 폐업했다. 이 업체는 기존 에스프레소 기계 방식과 다르게 스팀펑크(Steam Punk) 스타일로 각 커피의 산지 혹은 볶인 정도에 따라 추출 온도 및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계를 시장에 선보였다.

스팀펑크 커피 [알파도밍쉐(Alpha Dominche) 제공]

이 회사는 특히 경매 시장에서 최고가에 낙찰 받은 커피를 산지의 농장과 손잡고 한잔에 18달러(약 2만원)에 내놓았지만, 그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변 대표는 “이 업체의 도전은 미국인들의 커피에 대한 인식과 소비문화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보틀 커피의 경우, 기존 1.75~2.5달러에 불과하던 드립커피 한 잔의 가격을 스페셜티 커피 개념을 접목해 평균 5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블루보틀은 지난 2017년 글로벌 식음료 기업 네슬레에 인수된 후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며 커피에 대한 미국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블루보틀의 움직임 덕분에 미국 중소형 커피 브랜드들이 질 좋은 원두에 기반한 커피 가격을 제시하기 한결 수월해졌다는 게 변 대표의 생각이다.

블루보틀 한국 2호점 삼청점 [블루보틀 제공]

“한국은 ‘세계 커피 시장의 미래’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기술적·지식 면에서 앞선 국가가 됐습니다. 올해 초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전주연 바리스타를 봐도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죠.”

최근 고급 원두를 사용하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브랜드나 공간의 분위기만 내세워 커피 가격을 높게 받던 업체들은 이제 그에 걸맞는 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변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는 ‘제값’ 하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소비층이 주목할 수 있는 맛과 재미를 갖춘 커피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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