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그놈’ 잡았다] 이춘재 ‘내성적이나 화나면 불같아’… 과거 판결문 보니

과거에도 범행 일체 부인.. 스타킹 목조름·시체 유기 방법 유사

망치로 처제 머리 때린 뒤 목졸라 살해… 내성적이지만 화나면 물불 안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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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1980년~199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가 이춘재로 확인되면서 과거 그가 저질렀던 청추 처제 살인사건도 재조명 받고 있다. 이춘재는 ‘청주 살해사건’ 용의자로 입건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처제 살해 당시 판결문에는 이춘재에 대해 ‘내성적이지만 화가나면 말리지 못한다’, 아내의 복부를 때려 하혈에 이르게 했다는 등 그의 잔혹한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체 유기·스타킹 살해 등 화성사건 유사= 19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이춘재의 과거 사건 판결문에는 그가 ‘청주 처제 살인사건’ 당시 저질렀던 범행에 대해 상세히 기술돼 있다. 화성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후 이춘재는 첫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처제 살인사건 당시에도 본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 일체를 부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 처제 살인 사건은 지난 1994년 1월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인 이춘재의 처제는 불과 20살에 불과했다. 이춘재는 처제를 청주 소재 자신의 집에 심부름을 오게 시킨 뒤 처제를 강간하고, 강간을 항의하자 망치류로 피해자의 뒷머리 부분을 4회 가격한 뒤 실신시키고 처제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의 몸에서는 이춘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춘재는 처제가 사망하자 약 880미터 거리에 있는 곳에 유기했다는 혐의가 대법원에 의해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이춘재의 성향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는 목격자 또는 결정적 유죄 증거 없는 정황 증거들만이 다수 있었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피고인(이춘재)은 내성적이나 한번 화가 나면 피고인의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성격의 소유자다. 아들을 방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학대했고, 처에게는 ‘피고인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재떨이를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기술했다.

이어 법원은 “피고인은 자신의 처의 얼굴과 목, 아랫배 등을 때려 하혈하게 하고, 주변인에게 ‘처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 못하게 문신을 새기겠다’고도 말했다”며 “가출한 처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가졌으리라고 추단되는 점 등으로 미뤄 범행동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혐의 부인’… “살림살이 다 태워” 요구= 이춘재는 화성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후 첫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청주 처제 살인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을 당시에도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항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춘재 측은 법정에서 “수면제를 구입했거나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흉기로 사용됐던 망치가 없다”며 “오직 정황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원심(1심)의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또 이춘재 측은 법정에서 “경찰관들이 고문을 하고 잠을 재우지 않아 견딜 수 없어 경찰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점을 강조키도 했던 것으로 판결문에 쓰여 있다. 이춘재는 무기징역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무기수 신분으로 부산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범행 은폐 시도도 치밀했다. 이춘재는 범행 현장으로 추정되는 방에 빨래 더미를 잔뜩 쌓아놔 범행을 은폐했고, 자신의 집 욕실에 물을 붓는 장면이 이웃집 주민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다. 당시 이웃은 “평소 안하던 짓을 한다”는 말도 수사당국 조사에서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유기된 시체에서 발견된 물건이 이춘재의 집에 있던 것들이라는 점을 유죄 근거로 봤다. 법원은 “피해자의 몸을 싼 물건들이 피해자의 것이거나 피고인의 집에 있던 스타킹 등이었다”며 “정황증거들을 종합해 경험칙에 의해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추단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춘재가 죄가 없었다면 “피고인 집 살림살이 중 태울 수 있는 것은 장판까지 모두 태우라”고 지인에게 부탁했고, “왜 죽였냐”는 질문에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등의 억울함을 호소치 않았던 점 등도 이춘재의 유죄 근거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 사건은 피고인을 믿고 따르던 처제를 강간, 살해한 후 범행을 은폐키 위해 시체를 유기한 반인륜적 범죄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행위태양에 있어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졌다”며 “범행방법이 잔혹하고 범행에 대해 전혀 뉘우치즌 기색이 없다”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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