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네마리 용(龍)’ 다 어디로?…올해 성장률 하향폭 최대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전자산업 하강 등 영향

ADB, 9월 수정 전망보고서 4국 성장률 하향 조정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의 네마리 용(龍)’으로 불리는 동아시아 주요 4개국이 올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률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홍콩, 싱가포르는 무려 2%포인트 이상의 낙폭을 기록, 0%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아시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 따르면 ADB는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경제 전망 때 제시한 2.5%에서 0.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기존 예측보다 무려 2.2%포인트 내려잡은 것이다.

싱가포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0.7%로 새롭게 수정됐다. 예상보다 경기가 매우 부진하자 1.9%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1%로 0.4% 포인트 내려갔다. 다만 대만은 2.2%로 기존 예측치를 유지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성장률 조정폭이 유난히 컸다. 중국도 기존 6,3%에서 이달 6.2%로 새롭게 전망치가 제시됐을 뿐이다. ADB 45개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도 5.4%로 기존 5.7%에서 0.3%포인트 내려갔다.

ADB의 예측대로 나온다면 이들 4개 국가는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가파른 경기 하락세를 겪게 될 전망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 2018년 각각 2.7%, 2.4%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 국가가 0%대를 기록하면 홍콩은 2.7%포인트, 싱가포르는 2.4%의 성장률 하락폭을 겪게 된다. 한국도 전년 2.7%에서 올해 2.1%로, 대만도 같은 기간 2.6%에서 2.2%로 각각 0.6%포인트, 0.4%포인트의 높은 경기 둔화를 겪게 된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고도 성장세를 달리던 아시아의 네 나라인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 또는 호랑이로 불린다. ADB는 이들을 공식적으로 ‘니스(NIES)’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흥공업경제(Newly Industrialized Economies)의 약자로 아직 선진국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의 공업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개발도상국을 말한다.

ADB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전기·전자 산업 사이클 하강, 제조업 투자 부진 등 요인들이 날카로운 침체를 이끌고 있다고 봤다.

ADB는 보고서에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서 성장이 더딘 것으로 관찰됐다”며 “특히 니스 국가들에서 가장 큰 하락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출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특히 한국과 대만의 제조업 지표는 최근 2년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기·전자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특히 글로벌 전기·전자 산업 사이클 하강에 주목, 앞으로 2년간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GDP에서 전기·전자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7년 기준 대만과 한국은 전기·전자 산업이 GDP에서 9~15%를 점유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가 전기·전자 산업 수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대만은 69.5%에 달했고, 싱가포르는 64.1%, 한국은 56.7%, 홍콩은 39.7%를 차지했다.

ADB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교체하지 않는다”며 “스마트 제조,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을 가능케하는 5G(5세대)의 보급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5G 구축이 내년 말 또는 2021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글로벌 교역량이 예상보다 하락폭이 컸다”며 “싱가포르, 홍콩 등 국가는 특히 물동량이 많은 나라인 만큼 교역 증가율 전망치가 낮아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미약한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