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업가] 파격 즐기는 글로벌 ‘금융 대통령’…골드만삭스CEO 데이비드 솔로몬

“아빠, DJ, 본업은 골드만삭스”

승승장구 하며 2006년 IB부문 지휘 10년간 IB비중 10%서 22%로 늘려

“틀렸을때 인정하는 리더십”강조 운동복 입고 회의…밤엔 DJ로 변신

비대면 소매금융 서비스 적극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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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골드만삭스는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데이비드 솔로몬을 선임했다. 그의 등장은 단순히 12년을 이어온 전 CEO 블랭크 페인의 시대를 잇는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솔로몬은 공동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하비 슈워츠와 함께 2016년부터 공개적으로 최고자리를 놓고 경쟁해왔다. 솔로몬은 2006년부터 10년 동안 투자은행(IB) 부문 대표를 맡아 온 IB전문가다. 그런 그가 골드만삭스의 주력사업인 트레이딩 부문 출신인 슈워츠를 눌렀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계의 무게중심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또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20190927000298_0▶미국 정부 부럽지 않은 골드만삭스 제국 = 전후 미국 부흥기는 제조업의 시대였다.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은 것’이란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지금은 FAANG으로 대표되는 기술산업이 미국을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대는 미국 거대 은행의 물길을 따라 흘러왔으며 그 중심에 골드만삭스가 있다.

1869년 설립돼 포드와 디즈니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하면서 월스트리트를 휘어잡은 골드만삭스의 영향력은 점차 미 전역으로 퍼졌다.

급기야 ‘거번먼트 삭스’(Government Sachs), 즉 골드만삭스가 미국 행정부나 다름 없다는 경계 섞인 찬사를 듣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경제수장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을 배출했다. 1990년대 이후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장관은 3명이나 된다.

▶입사 퇴짜 맞았던 솔로몬의 지혜 = 1962년 뉴욕주 하츠데일에서 태어난 솔로몬은 뉴욕 해밀턴대에서 정치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입사를 하려 했지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은행인 어빙 트러스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솔로몬은 특히 1986년 투자은행 드럭셀 번햄에서 ‘정크본드 왕’ 마이크 밀켄을 만나 성공적인 금융인의 토대를 닦았다.

이후 베어스턴스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1999년 월스트리트의 별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파트너로 스카우트 됐다. 햇병아리로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면 불가능했을 37세의 젊은 나이였다.

골드만삭스에서 승승장구하던 솔로몬은 2006년 IB부문 수장을 맡으며 단숨에 차기 CEO 후보로 부상했다. 그가 IB부문을 맡기 전 골드만삭스에서 IB가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부문장을 맡은 10년 사이 22%로 늘었다.

무엇보다 그를 현재 자리로 이끈 것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 다. 그는 유명 농구선수 J.J.레딕의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리더십을 “자신이 틀렸을 때 이를 인정하고 관점을 바꾸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에 비해 남의 말을 더 잘 듣기는 하지만 여전히 잘못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후계자로 낙점한 페인 전 CEO는 “솔로몬은 검증된 사업 구축 능력과 성장 능력을 보여줬다”며 “고객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골드만삭스의 문화를 발전시킬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자신이 CEO가 되지 않으면 사표를 낼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던 슈워츠는 아직까지도 야인(野人)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운동복 입고 회의하고 밤에는 DJ 즐기고 = 지난 2007년 솔로몬은 스포츠의류 업체 룰루레몬 IPO를 주관하면서 회의장에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는 운동복)를 입고 나타났다. 고가 브랜드 정장과 딱딱한 구두로 대표되는 골드만삭스 임직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뭐니뭐니해도 솔로몬의 파격은 밤에 불꽃이 튄다. 솔로몬은 밤이면 ‘디제이 디-솔’(DJ D-Sol)로 변신한다.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을 ‘아빠, DJ, 본업은 골드만삭스’라고 소개했다.

단순한 취미 수준이 아니다. 유명 그룹 ‘플리트우드 맥’의 노래를 편곡한 싱글 ‘Don’t Stop‘은 빌보드 댄스믹스 차트 39위에 올랐다. 올해 2월에는 새 싱글 ‘Feel Alive’를 내놓았다.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8위까지 올랐다. 솔로몬은 여전히 맨해튼 클럽이나 마이애미 해변에서 주말 밤이면 디제잉을 하고 있다.

또 맛집 탐방을 즐기고 스키 등 각종 스포츠도 두루 섭렵하고 있다. 특히 고가 와인에는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과 수집 목록을 자랑한다. 심지어 2016년 전 개인 비서가 훔친 와인 중에는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umanee-Conti) 7병도 있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이 와인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비싼 희귀 와인이라고 밝혔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골드만삭스 문화에도 새 바람을 넣고 있다. 밤샘 근무가 일상인 골드만삭스 직원에게 퇴근을 독려하고 올해 6월부터는 자유로운 옷차림을 허용했다.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모든 고객들이 골드만삭스 직원에게 편안함을 갖기를 원한다”며 “고객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옷을 입어 달라”고 밝혔다.

솔로몬은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직업과 삶에 열정을 갖고 이를 추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워라밸‘을 강조했다. 2015년 모교인 해밀턴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도 “재미없는 일보다는 가능한한 빨리 신나는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같의 파격 행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그는 DJ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수단이자 젊은 동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탈(脫)정장을 허락한 것 역시 시대의 흐름과 소통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자유복장을 허락한 것은 골드만삭스가 주요 고객이 된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움과 발을 맞춘 것으로 평가했다.

▶파티는 아직… = 전임 CEO인 블랭크 페인은 2006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주택시장 붕괴, 은행의 부실 자산 문제와 싸워 이겼다. 그가 은퇴를 발표한 지난해 2분기 골드만삭스는 2억6000만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최고 분기 이익이었다.

블랭크 페인의 가장 화려한 날을 물려 받았지만 솔로몬은 올해 1분기 임직원 보수를 20% 삭감하기로 했다. 1분기 수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13%나 낮았기 때문이다. 새내기 CEO로서는 시작부터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은 셈이다.

또 상반기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우버 IPO가 기대 이하로 평가 받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앞서 CNBC방송은 우버 IPO 실패로 역대 최대 IPO로 평가되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IPO 주관사 선정 경쟁에서 JP모건에 밀렸다고 전했다.

솔로몬은 대대적인 사업 재편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 ’마커스(Marcus)를 개발, 비대면 소매금융 서비스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또 기술 인력을 대거 채용해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골드만삭스 직원 가운데 엔지니어 비중은 30%까지 늘었다.

동시에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인력은 과감하게 내보내고 있다. 솔로몬은 최근 골드만삭스에 고위 임원이 너무 많다며 열 명이 넘는 파트너를 퇴사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새 파트너로 승진시킨 규모도 20년 만에 가장 적은 69명에 불과했다. CNBC방송은 이처럼 골드만삭스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사람이 아닌 기술 분야로 돈이 옮겨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비자금 스캔들은 솔로몬 체제를 흔들 초대형 위험 요소다. 골드만삭스는 2012~13년 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약 7조3000억원) 상당의 1MDB(1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 채권 발행을 대행했다. 수수료만 6억 달러(약68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집권한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당시 나집 라작 전 총리 정권이 조달한 자금 절반 가량이 유령회사로 흘러들어가 비자금 조성에 유용되거나 횡령됐다고 밝혔다. 또 골드만삭스가 이를 알면서도 투자자를 속여 돈을 끌어 모았다고 주장했다.

비록 전임 CEO시절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당시 IB부문을 맡고 있던 솔로몬이 이를 몰랐을리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당 스캔들의 조사 결과에 따라 2300만 달러(약 275억원)에 달하는 솔로몬의 지난해 급여에 대해 환수조치(clawback)가 발동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골드만삭스가 쌓아올린 명성은 사기 투성이인 말레이시아 국영 펀드인 1MDB와 연계로 인해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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