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차장, 외교부 직원 숙소로 불러 질책…끊이지 않는 잡음

20191004000403_0[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사진)이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실수한 외교부 직원을 숙소로 불러 질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사이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차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비표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에 담당 외교부 직원을 불러 꾸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駐)유엔대표부 소속 A 서기관은 3일(현지시간)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관련 물음에 ‘김 차장의 숙소 방으로 불려가 지적을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A 서기관은 정 의원이 “의전 실수를 한 것을 김 차장이 심하게 질책했죠”라고 묻자 “심하게 질책(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지적이 있었다”고 답했고, “김 차장이 고성을 지르면서 질책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그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느꼈거나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보고했을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A 서기관이 김 차장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 차장의 의도와 상관없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의전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담당 부서장 등을 통해 문제 삼는 게 일반적인데, 김 차장이 다른 부처에 속해있는 직원을 불러서 직접 혼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김 차장은 과거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직을 수행하던 시절에도 간부를 거치지 않고 실무를 담당하는 말단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으나, 그때는 자신의 직원들과 소통이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공교롭게도 김 차장은 외교부 직원 질책 닷새 전인 지난달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갈등설과 관련해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 ‘지난 4월에 김 차장과 영어로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과 김 차장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외교가에 널리 퍼져있었는데 강 장관이 이를 공개석상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정부 외교라인 핵심 고위당국자가 갈등을 빚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와중에 김 차장이 유엔 대표부 직원을 질책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더욱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 차장은 4일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 참석했으나 이번 일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유엔 총회 관련 행사 진행 세부 사항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번 일이 외교안보 라인의 균열로 비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등 중요한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외교부 간 불화설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다소 직설적이라고 알려진 김 차장 특유의 업무 스타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업무를 두고 활발한 소통을 하다 보면 당연히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청와대-외교부 불화설’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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