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절예’ 유선, 미선이 좋았던 점과 불만족스러운 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유선(43)이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첫째 딸이자 워킹맘 강미선 역할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가 크게 조명받지는 못했지만, 유선은 현실적인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연기해 호평받았다.

“처음에 감독님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데, 첫째 딸은 많이 웃고 울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미선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상황, 일을 하면서 맞딱뜨리는 역할이다. 그러면서 엄마와 부딪치는게 현실모녀로 보여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내 얘기구나’라고 공감을 표시해주신 시청자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가령, “아이 앞에서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절대 보이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는데, 감정이 터지면 막상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충돌하는” 식이다.

기자가 미선은 어떤 캐릭터였나고 물어봤다.

“시어머니에게 고분하지 만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말대꾸하는 며느리도 아니다. 시어머니에게 순종적이다가 참다 못해 한마디 하는 며느리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평범해서 공감된다는 댓글이 제 개인 SNS에 500여개나 왔다. 감사와 위로의 댓글이었다. 미선이 직장을 그만뒀을때 ‘애 하나 키우는 데 뭐 그렇게 앓는 소리를 하냐’라는 말도 있었지만 ‘오열하면서 봤다’는 반응도 많았다. 또 다른 미선들이 많았다. 이 분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공감대는 이끌어냈다.”

유선은 실제로도 워킹맘이다. 하지만 자신과 미선은 달랐다고 한다. 자신이 더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것. “저는 아이가 3살까지 시부모님이 물신양면으로 길러주셨다. 그 다음은 제 엄마가 키워졌다. 엄마도 하는 일이 있어, 저의 드라마 스케줄이 나오면, 서로 계획을 짠다. 엄마도 안되면 제 남편이 아이를 봤다. 제 실제 남편은 아이를 잘 보지만 극중 남편은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다.”

유선은 “미선이 극중 남편에게 심하게 한다는 말도 들었다. ‘남편이 술을 마시냐, 바람을 피냐’라며 너무 매몰차게 남편을 대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정이다. 그 다음이 취미여야 한다”면서 “남편이 피규어를 모으고 1천만원 짜리 자전거를 타는 것도 이해되지만, 가정과 취미의 순서가 바뀌었다. 남편이 가정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면 미선이 극단적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선은 극중 자신의 캐릭터인 미선에게 느끼는 불만 한 가지는 있다고 했다. 미선이 남편에게 살갑지 않는 것, 남편을 혼 내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가 가정을 힐링하고,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남편이 피곤 할때 ‘집에 가고싶어’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미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아내 책임만은 아니다.”

유선은 극중 남편 정진수 역을 맡았던 이원재 씨가 연기를 실감나게 해줘 현실감이 더 살아났다고 했다. “원재 씨는 연극을 많이 한 분이다. 캐릭터와 신(scene)을 파악하는 데 베테랑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가 된다. 그래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남편이 여성에게는 욕을 먹기는 해도, 인간적인 사고뭉치로 보였다. 말썽꾸러기 남편으로만 되지는 않았다.”

유선은 극중 막내동생으로 나온 강미혜 역의 김하경에게 연기력 논란이 나오자 좋은 선배가 돼주었다. “제가 솔루션을 주기보다는 좋은 길을 갈 수 있는 가이드를 해주고 싶었다. 주말극은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캐릭터인지, 캐릭터가 나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의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고 말해주었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기보다는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게 중요하다. 하경은 힘든 시기를 묵묵히 잘 넘겼다.”

유선은 자신은 미선과 비슷하지만 미선처럼 말을 다하고 살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이번 드라마에서 엄마의 사랑과 장례식, 입관식까지 자세히 보여준 게 특이했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장례 절차를 이렇게 세밀하게 보여준 것도 처음일 것 같다. 실제 장례를 치른 사람처럼 딸들이 연기하면서,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조문객을 받다보면 멍해 지는 순간도 오고.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가시는 순간까지 세 딸이 정성을 다해 보내드렸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울었다고 하시더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분들은 특히 이 장면이 임팩트가 컸다는 게 느껴졌다.”

유선은 “워킹맘의 지지와 공감을 받았다. 함께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나에게 힘이 됐고, 그것만으로도 얻은 게 많은 드라마다”면서 “40대 여배우의 입지가 예전보다 확장됐다. ‘우리는 토끼과가 아니다. 거북이처럼 가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김해숙선배님 말씀대로, ‘내가 이걸 하겠다’보다는 ‘늘 찾아지는 보고싶은 배우’가 되고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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