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끔찍한 사변 있을 수도”…북미, 2주내 재협상도 ‘빨간불’

김명길, 2주내 재협상 묻자 “무슨 말이냐” 반문

“이번 회담 역스러워…추후 회담 미국에 달려”

제재 즉각 해제 요구…비핵화 의지 의구심마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귀국차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과 미국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7개월여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열었지만 또다시 ‘결렬’로 막을 내렸다. 암울한 것은 향후 대화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 북한 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현지시간)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하는 길에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며 불쾌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사는 2주 뒤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2주일 만에 온다는 것은 무슨 말이냐”며 “미국이 판문점회동 이후 100일 가까이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또 “미국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면서 “미국 측의 새로운 제안을 기대했고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며 미국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에 요구하는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는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 그건 미국 측에 물어보라”며 “미국 측에 제안해놨으니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특히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며 고강도 위협성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끔찍한 사변’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철회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사는 스톡홀름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입장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베이징 도착 전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할 때도 “우리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전날 담화에서 미국이 북미대화를 국내정치용으로 활용한다며 북미가 2주일 뒤 만날 의향이라는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흘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탄핵국면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압박해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미국에 연말까지 숙고하라고 권고한 데 대해 “앞으로 3개월 동안 북미 실무협상 대표들이 수시로 만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협의해도 연말까지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방안을 미국에게 연말까지 제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일단 대화의 끈을 유지한다는 기류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종료 뒤 성명에서 스웨덴 측이 2주내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다시 초청했으며 미 대표단이 이를 수락했고 북한 측에도 초청 수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던 시간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중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이번 실무협상이 북미가 오랜만에 논의할 기회를 갖는 ‘첫 번째 자리’라며 이번 협상이 대화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이 사실상 즉각적인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군사연습 및 한국으로의 첨단무기 판매 중단 등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난제를 던지고, 미국이나 스웨덴 측과 2주 내 재협상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다고 발뺌하고 있어 북미대화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담한 협상 차원에서 외무성이 아닌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활용해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특사로 파견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게 하고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 빅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군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외무성 관료들이 아니라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맡아 군부개혁을 진행했던 최 제1부위원장에게 협상을 맡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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