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갈까 총리가 갈까”…일왕 즉위식 앞두고 막판 고심

외교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

즉위식 다음날 아베 총리와 회담 유력

지난 즉위식 때는 국무총리가 참석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지난 8월 15일 도쿄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태평양전쟁 종전 74주년 기념행사로 일본 정부가 주최한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 기념사를 읽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일왕은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한다고 말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오는 22일로 예정된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을 앞두고 외교당국이 여전히 방일의 주체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즉위식에 참석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직접 만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가 산적한 한일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을 아직 열어 두고 있어 즉위식 직전까지 정부의 고심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0일 외교부 관계자는 일왕 즉위식 사절단 구성과 관련된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아직 누가 참석할지 정해진 게 없다”며 “즉위식이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는데, 통상 닷새에서 일주일 전에 발표를 한다. 그전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누가 방일에 나설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의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이번 주 내에도 방일단 구성과 관련한 발표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측은 오는 22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 직후 저녁에 새 일왕이 주최하는 만찬, 다음날인 23일 저녁에 아베 총리의 주최로 열리는 사절단과의 저녁 만찬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일본을 찾을 경우, 오는 23일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즉위식 당일에도 국내에 여러 중요 일정이 있어 결정이 있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즉위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다른 국가 대부분이 사절단 구성을 완료했다는 지적에는 “즉위식과 다음날 일정 등에 대한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애초 청와대는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예고한 뒤부터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축사 당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고, 청와대에서도 일왕 즉위식 등을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중요 기점으로 언급해왔다.

다만 이후 우리 정부의 한ᆞ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ᆞ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일본과의 잇따른 마찰로 외교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쉽게 방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강해 청와대는 즉위식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는 일왕 즉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에서는 이 총리의 방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NHK는 지난 9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정부 측 대표로 참석이 유력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단시간 회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총리의 방일 가능성을 보도했고, 교도 통신 역시 ‘한국 정부가 이 총리의 방일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9년 아키히토 (明仁) 전 일왕의 즉위식 당시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닌 강영훈 국무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즉위식에 참석했다.

한편 이번 즉위식에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을 예고했고 중국에서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이 방일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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