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CBM 위협’ 심상찮다

북한 외무성 “ICBM 맞대응 자제하고 있을 뿐”

대미압박용이지만 발사 가능성 배제 못해

북한은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2년 가까이 중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쏘아올린 ICBM급 화성-15형 발사 장면.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를 끝으로 2년 가까이 중단한 ICBM 시험발사 재개를 공공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11일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유예는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외교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북한의 의도는 실제 ICBM 시험발사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언술을 보면 위험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며 “향후 북미대화가 자기들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풍계리 핵실험장을 일단 폐쇄했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핵실험보다는 ICBM 시험발사가 우선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최근 들어 ICBM 카드를 다시 빼들려는 모습을 애써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담화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6개국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데 대해 ‘엄중한 도발’로 규정했다.

담화는 특히 미국의 지난 2일 ICBM ‘미니트맨-3’ 발사를 거론하며 “미국의 이번 ICBM 시험발사가 우리를 압박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명백한 실정에서 우리도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해줄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의 대응 행동이 불필요하거나 시기상조라는 판단 밑에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며 언제든 ICBM 시험발사 재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북미 스톡홀름 협상 때 북한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되살아나게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입장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스웨덴을 떠나 북한으로 귀국하던 도중에는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는다면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끔찍한 사변’의 단초는 북한이 지난 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한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기록영화는 ICBM급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그리고 ICBM 엔진인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 장면 등을 담았다. 특히 북한의 마지막 ICBM 발사였던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를 ‘11월 대사변’으로 묘사했다. 김 대사가 언급한 끔찍한 사변과 연결되는 고리에 다름 아니다.

북한이 혹여 ICBM 시험발사 재개를 감행한다면 작년부터 어렵사리 끌어온 남북·북미대화는 물론 한반도 화해 분위기는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교착국면 속 잇단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 의미의 확대해석을 경계해온 미국으로서도 핵탄두를 탑재한 채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ICBM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공개한 탄도미사일 방어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의 ICBM 능력 개발을 꼽은 바 있다.

미국은 일단 실무협상 재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ICBM 위협 담화에 대해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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