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부진을 만드는 세가지 요인과 탈출의 한 방향

흥행성과 작품성 갖춘 한국영화 왜 안나오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흥행성과 작품성을 함께 갖춘 국산영화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극한직업’(1천626만명)과 ‘기생충’(1천8만명) 등 화제성과 함께 1천만을 넘긴 흥행작들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히트작이 드물다.

‘엑시트’(941만명)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것을 제외하면 흥행에 성공한 국산영화를 찾기 힘들다. ‘봉오동전투’(478만명)도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올 상반기에는 ‘말모이’(281만명)와 ‘사바하’(239만명) 등 작지만 개성있는 영화가 나름 존재감을 확보했다. 그래서 ‘유열의 음악앨범’(124만명), ‘힘을 내요 미스터 리’(117만명),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108만명), ‘퍼펙트맨’(86만명) 같은 영화의 부진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이들 영화들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1%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완벽한 타인’(529만)처럼 실속 있는 알짜배기 영화가 나와야 함에도, 최근에는 그런 ‘적시타’를 때려주는 국산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산업으로 무장한 외화들이 들어오면 국산영화의 맷집은 더욱 약해진다. 지난 3월 개봉한 ‘캡틴 마블’(580만명)과 지난 4월 개봉했던 ‘어벤져스:엔드게임’(1천391만명) 등 마블 영화와 ‘알라딘’(1천255만명)과 ‘라이언 킹’(474만명) 등 디즈니 영화, 요즘은 DC의 ‘조커’(307만명)의 위력이 만만치 않다.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인 프랜차이즈 외화의 강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마블영화의 최대 소비국인 우리나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유행하는 ‘N차관람’도 대부분 할리웃 영화가 그 수혜자다.

전문가들은 참신한 한국영화가 부족한 원인으로 조폭, 코미디물, 멜로물 등 기존 장르의 성공공식을 약간 뒤틀어 내놓는 방식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요즘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SNS다. SNS에는 영화 평론가를 능가할 정도로 내공이 있는 실력자들이 꽤 많다. 롯데컬처웍스의 김기범 씨의 말처럼,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 설득당해 영화를 보는 게 SNS 메카니즘인데, 이 곳에는 “무늬만 차별화한 영화” “그럴듯하지만 뻔한 영화”를 대번에 가려낸다. 이런 팩트와 지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돼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게 SNS 세계다.

그렇다면 완전히 원점에서 시작해 차별화에 성공한 실험작이나, 경력이 부족하지만 참신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젊은 감독들의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들에게 제작의 기회가 제공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창의력 있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들과 자본력을 갖춘 제작자, 투자자를 연결시키거나 협업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내 경쟁과 다른 매체와의 경쟁, 현실정치와의 경쟁 등 세 가지 문제가 엮어진 게 한국영화의 부진의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 다양성 문제가 이제 위기 상황까지 왔다. 터질 게 터졌다고 한다. 잘 된다고 해서 만드는 르와르, 범죄물은 이제 궁금하지 않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게다가 TV 드라마가 너무 재밌다. 넷플릭스 등 혼자 휴대폰을 통해 보는 OTT 플랫폼들이 극장에 올 필요를 못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 현실 정치 등 시사적인 게 작용한다. 월드컵 축구기간동안 극장에 잘 가지 않듯이, 요즘은 뉴스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영화 볼 짬이 안난다. 이 삼중고가 함께 작용하는 게 한국영화 침체의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 부진의 탈출구의 하나로 여성영화, 소소한 영화, 독립영화 등이 될 수도 있다. 1994년에 중학생이었던 한 소녀 은희의 내밀한 성장담을 그려낸 영화 ‘벌새’는 11일 현재 12만 관객을 돌파해 이례적인 독립영화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처음에는 의리로 봐준다는 사람조차도 막상 이 영화를 보고나면 “내 이야기 같다”거나 “색다른 느낌이다”는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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