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지지” 밝혔던 애플·블리자드·NBA…美·中서 수난

홍콩 시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중국 업체들로부터 ‘스폰서 철회’, ‘경기관람 보이콧’등을 당한 애플과 블리자드, NBA 등이 사과와 문제가 된 앱 삭제에 나서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해당이 있는 미국 내에서는 인권을 외면했다며 비판이 일고 있어 이들 기업을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운자] 홍콩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힌 애플과 액티비전 블리자드, 미국프로농구(NBA) 등이 밖으로는 중국 업체의 ‘스폰서 철회’, 자국 내에서는 “인권 외면” 비판 등 잇단 수난을 겪고 있다고 경제매체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수난은 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시작됐다. 이 구단의 대릴 모리 단장은 지난 6일 트위터에 홍콩 시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가 중국 내에서 ‘스폰서 중단’과 시범경기 보이콧 등의 역풍을 맞았다.

모리 단장과 NBA 측은 “중국에 있는 우리 친구와 팬들 다수의 마음을 깊이 다치게 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국 내부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NBA가 인권을 위해 맞서는 대신 돈을 우위에 두고 잘못된 사과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애덤 실버 NBA 총재는 7일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해 모리 단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사과 입장을 밝힌 NBA의 성명과는 온도 차를 보였다.

그러자 8일 중국 관영 CCTV가 실버 단장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스포츠채널에서 NBA 프리시즌 경기 중계를 즉각 잠정중단하고 NBA와의 모든 협력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CCTV는 “국가 주권과 사회 안정에 도전하는 어떤 언론도 언론 자유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NBA 경기를 중국 온라인 스트리밍에 중계하는 텐센트도 이 같은 CCTV의 조치에 동조했다.

파문이 커지자 실버 총재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이 다른 이슈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차이를 판정하는 것은 NBA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반면 비디오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한 게이머를 즉각 퇴출시켰다.

블리자드는 홍콩 출신의 ‘하스스톤’ 게이머인 블리츠청(청응와이)이 지난달 초 경기 후 홍콩시위대의 상징인 가스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인터뷰에 나와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쳤다는 이유로 1년간 하스스톤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을 몰수했다. 블리자드의 주주 중에는 중국 텐센트도 있다.

그러자 블리자드는 미국에서 역풍을 맞았다.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상원의원은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기 위해 창피를 당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CNBC는 9일 미국 웹 콘텐츠 평가 및 토론 사이트 레딧의 첫 페이지가 이 주제로 도배되는 등 인터넷 상에 반(反)블리자드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도 매출액 기준 세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의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쓰는 앱 ‘HK맵.라이브’를 앱스토어에 놔둔 것을 비판하자 애플은 9일 이 앱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구글도 최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이용자들이 홍콩 시위자 역할을 수행하는 모바일 게임 ‘우리 시대의 혁명’을 삭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이런 결정전에 구글이 홍콩 당국으로부터 이 앱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CNBC는 “애플이나 블리자드, NBA는 각각 중국의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지만 모두 중국의 의도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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