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우린 운전자 한명도 없다”…책임 전가

400만 운전자 보유한 우버, 소속 운전자 ‘제로’ 주장

독립된 개인사업자 vs 우버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내년 1월 1일 AB5 법안 시행되면서 재분류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400만명 이상의 운전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법정에서 운전자 수를 ‘제로(0)’라고 주장해 주목된다. 임시로 계약을 맺는 긱(Gig) 노동자 형태인 우버 운전자는 독립된 개인사업자이며,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자신의 모바일 앱을 통해 돈을 버는 운전자와 관련한 소송에서 운전자는 우버 직원이 아니라 독립된 계약자라는 점을 철저하게 주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위치한 거래판에 게시된 우버 로고.[AP=헤럴드경제]

일례로 제시카 해리스가 우버 소속 운전사로 인해 상처를 입은 것과 관련한 법정 다툼에서 우버 임원인 니콜라스 발렌티노는 3시간 가까이 증언하는 과정에서 우버 운전사는 계약자라는 점을 지속해서 주장했다.

당시 발렌티노는 “사고 가해자는 우버 소속 운전사가 아니다”며, “그들은 독립되어 있으며, 제3의 교통수단 제공자”라고 16회 이상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특히 조지아주에서의 우버 운전자 수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우버 운전자 수를 묻는다면 제로(0)”라면서, “하지만 우버와 계약을 맺은 제3의 운송 제공자 수를 묻는다면 나는 답을 모른다”고 말했다.

우버가 운전자의 법적 지위에 대해 독립된 사업자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직접 고용된 직원으로 인정할 경우 상당한 책임과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버 운전자와 같은 긱 노동자들은 연료비나 보험료를 개인이 직접 부담하고 있지만, 직접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받을 경우 이들은 모두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비판가들은 우버 운전자를 독립된 계약자로만 주장하는 회사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우버가 운전자에게 운전 방향을 제공하고, 운임을 확정하며 시간 엄수 및 차량 종류 의무화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업무상 경제상 종속성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우버 운전자를 독립된 사업자가 아닌 우버 직원으로 재분류할 수 있는 AB5(Assembly Bill 5)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AB5 법안을 고안한 로제나 곤잘레스 주의원은 “결국에는 책임이 있고, 그들(우버 등)은 다른 누군가에 그것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이 법안에 따르면 모든 노무 제공자는 근로자성을 가진 노동자로 간주되면서 실업보험과 의료 보조금, 유급 육아휴직, 초과 근무수당 및 최저임금 등의 보호를 받게 된다.

다만 이 법에 따른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립된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아야 한다. 기업 통제 없이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고, 기업의 통상 업무 이외의 업무를 수행하며, 독립적인 사업을 구축하고 있을 경우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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