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털어낸 신동빈…‘뉴 롯데’ 가속페달 밟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4년 3개월 여간 이어져 온 롯데의 시련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는 형제의 난에 이어 국정농단 수사로 인한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 중국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수조원의 손실 등 창사 50년 이래 가장 어두운 터털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및 배임·횡령 사건까지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마무리 되면서 4년 3개월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회장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함에 따라 뉴롯데 리뉴얼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지주사 전환의 마무리 작업인 호텔롯데 상장과 화학·유통 부문의 대규모의 투자 등이 탄력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18면

▶시련의 서막 ‘형제의 난’…“이렇게 오래 갈줄 몰랐다”=롯데그룹의 시련은 사실 2015년 7월 ‘형제의 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에서 해임시키려는 시도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이어 연간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된 경영비리 수사는 국정농단 수사로 번졌고, 예상을 깬 실형 선고로 이어졌다. 2016년 6월 검사와 수사관 200여 명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1심 재판부도 검찰의 혐의 내용을 인정하며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지만, 신 회장의 8개월간 수감 생활로 롯데그룹은 여러 기회를 놓쳤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 시기를 놓쳤다.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자본이 99%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주사 체계 완성 및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상장으로 일본 자본 비율을 낮추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상장이 어려워졌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늦춰졌다. 온라인 쏠림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통 명가인 롯데는 신 회장의 부재로 투자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온라인몰을 만들었던 롯데는 경쟁사인 이마트는 물론, 신흥 강자인 쿠팡 등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2017년 2월 국방부에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를 제공한 탓에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보복을 받아 중국 사업은 철수했다. 화학 부문도 신 회장의 부재에 미국 엑시올 인수를 포기했다.

▶잃어버린 4년, ‘뉴 롯데’ 속도전으로 캐치업=롯데는 신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만큼 그간 미뤄왔던 ‘뉴 롯데’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뉴 롯데 작업의 핵심은 투명한 지배구조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이다 보니 호텔롯데 상장이 조만간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일본 지분을 50% 이하로 낮출 수 있는데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경영에 복귀하면서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 정상화를 통해 각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화학 부문의 대규모 M&A와 유통 부문의 ‘옴니 채널 전략’에 대한 투자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그룹내 유통사업부인 롯데쇼핑BU는 2022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뉴 롯데’의 빠르고 전략적인 추진을 위해 정기 인사가 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처럼 롯데의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보통 롯데그룹의 정기인사는 1~2월에 있었지만, 지난 2016년부터 12월 연말 인사로 당겨졌다. 올해에는 오는 11월 초께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연말 인사 얼개가 나올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롯데 내부에서도 크리스마스 직전에 있었던 임원 인사가 중순 이전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의 연말 인사 관전 포인트는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인 유통BU 부문의 임원 인사다. 이원준 부회장(유통BU장)이 지난해 인사 태풍을 피한데다 임기도 내년 3월까지이다 보니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만약 이 부회장의 거취에 변동이 있게 되면 유통 계열사 수장들도 연쇄적으로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BU장 후보군으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과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사장이 강 사장보다 입사가 빠르긴 하지만, 성과 측면에선 강 사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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