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요금 50원 인상에 거리로 뛰쳐나온 칠레 시민들…왜?

19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남자가 불타는 자동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운자] 19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시위의 발단은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다. 하지만 칠레 언론들은 국민을 분노케 한 지하철 요금 인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칠레 언론들에 따르면 시위의 도화선은 지하철 요금 인상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 그리고 가혹하리 만큼 높은 생활물가라는 큰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요금 인상으로 출퇴근 시간대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은 800칠레페소(약 1320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0원)로, 우리 돈으로 50원 가량(약 4%) 올랐다.

하지만 칠레의 올해 최저임금 수준(월 30만1000페소·한화 약 49만7000원)과 근로자의 절반이 월 40만 페소(약 66만원)로 생활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하철 요금은 전 세계 56개국 중 9번째로 비싼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출·퇴근 지하철 요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생계를 위해 지하철을 주 이동수단으로 삼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타격이 더 크다.

격한 시위에 깜짝 놀란 정부가 뒤늦게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번 시위가 단순히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 때문만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의 빈부격차는 2017년 기준 상위 1%의 부자들이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다. 하위 50%의 서민들이 2.1%의 부를 나눠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중교통과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이 자주 오르는 것도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페루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배신감과 좌절, 분노를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무신경한 대처가 분노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지던 이번 시위의 중심 축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다. 큰 소요 사태 없이 이어지던 시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글로리아 후트 교통장관의 요금인상 철회불가와 보조금 지원 철폐 발표 이후 급격히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질됐다.

여기에 시위가 한창이던 이날 오후 피녜라 대통령이 고급 이탈리아 식당에서 평온하게 저녁을 먹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상위 1%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또한 비상사태 선포나 통행금지령 등 정부의 강경한 대처도 시위에 불이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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