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렸던 트럼프, ‘알바그다디 제거’ 대대적 홍보

백악관, 반나절 전부터 ‘중대발표’ 예고…전세계 시선 모아

트럼프, 오바마 보다 위대한 업적 강조

사진 연출, 러시아 사전 협조 등 비판도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시리아 철군과 ‘우크라이나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소식을 손에 쥐고 모처럼 언론 앞에서 당당하게 웃었다.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바그다디가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 과정에서 자폭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회견이 이뤄진 이날 오전 9시20분 보다 반나절 가량 앞서 ‘중대 발표’를 예고하며 전세계의 시선을 붙잡아뒀다. 발표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를 “가장 거물이자 가장 사악한 인물”, “우리가 지금까지 잡았던 최대 거물” 등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그가 ‘개처럼, 겁쟁이처럼’ 사망했다고 강조해 이번 작전이 얼마나 위대한지 뽐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이뤄진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염두에 둔 듯, “빈 라덴은 세계무역센터(테러)로 거물이 됐지만, 이 사람은 ‘국가’ 전체를 건설했다”며 이번 작전 성공이 더 큰 업적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보며 앞자리를 군 참모진에게 내준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맨 앞 정중앙에 앉아 자신이 군 최고통수권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의 주인공으로 만든 일련의 작업은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로 인한 IS 재건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날이 갈수록 커가는 탄핵 공세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자화자찬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만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백악관이 공개한 상황실 사진이 군사작전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 연출된 것이란 의혹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미 의회 지도부에는 알리지 않고 사전에 러시아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힌 점은 가뜩이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국 정부와 부당한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을 키운 꼴이 됐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보다 러시아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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