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갑옷을 만들었다고?’ 괴산 한지체험박물관에서 보는 선조의 지혜

괴산호 따라 걷고 배타고 나오는 산막이옛길 ‘인산인해’

골마다 절경 ‘화양구곡’ …바이크성지 ‘이화령휴게소’도 인기

전국에서 유일한 괴산의 한지체험박물관.

[헤럴드경제(괴산)=김성진 기자] 충청북도 괴산(槐山)군은 이름을 듣고 “무슨 괴자를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지명에 괴자가 들어가는 곳이 거의 없는데다, 어감상 좋은 뜻 같지 않기 때문이다. 槐는 ‘홰나무 괴’ 혹은 ‘느티나무 괴’다. 흔히 말하는 느티나무다. 괴산군의 나무가 느티나무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유일하게 바다와 면하지 않은 충청북도에서도 괴산은 음성 충주 보은 증평 문경에 둘러싸인 내륙중의 내륙이며, 영남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개관당시부터 관장을 맡고 있는 안치용 한지장이 한지에 색을 입힌 종이를 설명하고 있다.

한지를 꼬아만든 반짇고리.

괴산은 산이 많고 골도 깊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은 곳이지만, 국내 유일의 한지체험박물관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연풍면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지상 1층으로 건축면적 1326㎡ 규모로 꾸며졌다. 한지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전통 한지의 제조과정도 볼 수 있다. 한지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 전시도 볼거리다. 또 전통 한지 뜨기 체험, 한지 소원등 만들기, 한지 자연염색체험 등 다양한 한지 체험도 할 수 있다.

충북도 무형문화재 17호인 안치용 한지장이 관장을 맡고 있다. 안 관장 본인이 3대째 한지를 만들고 있다.

한지의 우수성은 종이가 탄생한 중국에서도 인정할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중국 송나라의 조희곡은 ‘고려의 종이는 누에고치의 솜으로 만들어 색의 희기가 능과 같고 단단하고 질기기가 비단과 같으며 여기에 글씨를 쓰면 먹빛이 아름답다. 이것은 중국에는 없으니 또한 진기한 물건이다”라고 ‘동천청록’에 쓴 바 있다.

옥종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한지체험박물관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인 접근성의 장점을 잘 살려 강소형 잠재관광지 의 성공사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보존력도 좋고, 통기성, 빠른 흡수성과 방음성을 갖춰 책을 만드는 것은 물론 벽지와 창호지, 심지어 갑옷과 가구를 만드는데도 쓰였다. 한지체험박물관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다양한 지호공예, 지승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한지로 만든 돈궤, 갑옷 등 좀처럼 보기 힘든 유물 등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극찬받은 한지지만 이를 계승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에 대한 지원은 아쉽다. 물에 불린 닥종이를 뜨는 틀.
한지를 만드는 공방의 여건은 열악했다.

안치용 관장은 “한지는 닥나무를 베어와 찌고, 껍질을 벗기고 짓이기고 발틀로 뜨고 말리는 과정을 한달가량 해야 탄생한다. 수백년이 지났지만 닥나무를 짓이기는 과정 정도만 동력의 힘을 빌릴 뿐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해야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종이는 세계에 알려진 반면 우리의 한지는 그렇지 못한 현실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안 관장에게 한지를 제작하는 현장을 좀 보여달라고 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안 관장은 박물관 뒤편에 자리잡은 공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을 보여줬다. 한때 스무명 남짓한 사람이 먹고 자며 한지를 만들었다는 곳은 이제 어두컴컴한 창고처럼 보였다. 안 관장은 현재 2명의 제자와 함께 직접 한지를 제작하고 있지만 지난한 작업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궁핍함을 면키어려운 현실때문에 무작정 강요하기도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현재 괴산을 비롯해 전주 완주 안동 원주 등에도 한지장들이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지생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지체험박물관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한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감하고, 한지제작현장에 더 많은 지원이 이어져야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괴산호를 끼고 걷는 산막이옛길은 가을이 되면 한층 더 아름답다.

괴산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은 아마도 ‘산막이옛길’일 것이다.

군민들과 관내 학생들도 많이 오는데다, 외부에서 오는 여행객들 역시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예스럽고, 조금은 촌스러운 이 길을 즐겨 찾는다.

드론으로 촬영한 산막이 옛길과 괴산호. 위쪽 산 허리에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고갔던 10리길이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이어서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는 산이 가로막혀 더는 못간다고 산막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건너편으로 군자산과 괴산호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산막이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도 잔잔한 즐거움을 주는 괴산여행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로 가는 방법은 3가지다.

옛길, 한반도 전망대와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배편으로 가는 법이 있다.

전체 코스는 4㎞정도로 산행을 좋아한다면 등산로로 시작해 옛길로 돌아오는 것도 좋고, 여유를 즐기려면 옛길로 시작해 배편으로 돌아와도 좋다. 산막이옛길 주변으로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굴바위나루가 있다. 배편을 이용하고 싶다면 동선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산막이나루에서 차돌바위나루로 가는 배편이 가장 인기가 많다. 옛길 구간 대부분을 친환경공법의 나무데크로 잘 정리해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했다. 오른쪽으로는 산과 꽃, 나무, 바위가 구비구비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괴산호가 펼쳐져 어느 곳을 봐도 눈이 즐겁다. 시간마다 물살을 가르며 호수를 지나는 유람선의 모습도 일품이다.

옛길을 걷는 중간에는 고인돌쉼터, 소나무 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호랑이굴, 매바위, 앉은뱅이 약수, 얼음 바람골, 호수전망대와 마흔고개, 다래숲동굴 등 산책로 등 아기자기한 볼 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특히 소나무 출렁다리는 경사가 있어 일부 구간은 ‘극기훈련’을 연상시킬 만큼 난이도가 있어 조금은 긴장해야되지만 그만큼 짜릿하다. 얼음바람골은 산책로 중간으로 이어진 계곡으로 서늘한 찬바람이 흘러내려 한여름에도 흘러내린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풀코스를 걸어도 좋지만 체력이 부친다면 한시간 정도 한가로이 걷다가 중간에서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배를 타면 10분이면 출발장소로 돌아온다. 75명 정원인 배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2층에는 10명만 올라갈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평일에도 현장학습을 온 학생들이나 중장년층이 무리를 이어 산책을 즐기고 있는 산막이옛길은 한때 한해 170여만명이 찾을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현지의 해설사 허영란씨는 “주말에는 가만히 서 있어도 앞으로 갈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금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말에는 수많은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단풍이 내려앉은 화양구곡.

고산지대가 많은 괴산은 계곡이 많은 편이다. 산막이옛길과 함께 가장 잘 알려진 괴산의 명소인 화양구곡은 한 때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화양구곡 운영담 뒤의 절벽이 억새와 단풍이 물드는 나무 사이에 버티고 있다.

화양구곡의 시작점인 경천벽에서부터 마지막 파천까지 걸어가는 계곡 산책길이 좋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계곡의 폭이 넓고 커다란 바위들이 펼쳐진 모습은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경천벽을 지나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과 학소대를 거쳐 파천에 다다른다. 계곡 산책로는 3.1㎞. 화양동 계곡은 괴산 선유동 계곡과 7㎞거리에 있으며 푸른 산과 맑은 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다.

문광은행나무길.
문광 은행나무길에 설치된 포토존.

산막이옛길과 화양구곡이 ‘클래식한 명소’라면 야외촬영과 포토스팟으로 요즘들어 인기높은 곳 중 하나가 ‘문광 은행나무길’이다. 괴산군 문광저수지 옆으로 늘어선 300그루의 은행나무길은 가을이면 노란색으로 물들어 저수지에 노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새벽 물안개와 어우러진 모습도 좋지만, 해가 진 뒤 조명이 밝혀지면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변신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예비촬영을 하기도 하고, 커플들이 작품(?)을 찍기위해 다양한 구도로 셔터를 누르는 모습이 정겹다.

강태공들도 즐겨찾는 문광저수지는 5개의 좌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붕어, 떡붕어, 메기, 잉어, 동자개, 가물치 등이 심심찮게 손맛을 안겨준다. 은행나무길 옆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배추가 좋아 김장축제가 열리는 괴산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소금 소비량도 많았고, 이때문에 문화관을 세웠다고 한다.

수옥폭포
수옥정에서 바라본 수옥폭포.

괴산군 연풍면과 문경시 문경읍 사이에 있는 548m의 이화령은 자전거를 타는 ‘바이크동호인들’에겐 잘 알려진 곳이다. 고개가 가파르고 험해 산짐승의 피해가 많아 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하여 이유릿재라 불렸으나 이후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

이화령 고갯마루에 자리한 휴게소는 바이크동호인들로 늘 북적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믄 경치도 일품이지만 동호인들이 허벅지가 터질듯한 언덕길을 올라와 이곳에서 요기도 하고 한숨 돌린 뒤 내려가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을 위한 타이어펌프, 테이블, 각종 용품판매점이 휴게소에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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