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정통사극 부활할 때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JTBC ‘나의 나라’는 이방원, 이성계를 비롯한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서휘(양세종), 남선호(우도환), 한희재(김설현) 등 허구의 인물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육룡이 나르샤’가 정도전, 이방원, 이성계 등 실제 인물과 분이, 땅새, 무휼 등 가공인물을 합해 6룡을 구성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역사에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에 힘을 받고 역사왜곡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는 퓨전사극 기법은 나름 의미가 있다. 밀도 높은 서사가 돋보이는 ‘나의 나라’에도 실제 인물보다 허구의 인물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의 나라’가 케이블 종편 채널인 JTBC에서 할만한 퓨전사극이라면 공영방송 KBS는 정통사극을 방송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당대의 삶과 의식 등 시대적 상황을 현실감 있게 반영하는 정통사극은 국민들의 역사의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KBS는 정통사극을 방송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이제는 재정적자 때문에 정통사극을 제작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 올 상반기 적자만 655억원에 달하는 KBS는 ‘상위직급 축소’ 직급 개편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제작비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은 콘텐츠로 먹고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KBS는 대하사극과 ‘차마고도’, ‘누들로드’와 같은 장기 계획 다큐를 부활하는게 나을 수 있다. 돈이 좀 들어가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대신, KBS는 케이블 채널들과 경쟁하는 드라마와 예능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차별화되지 않은 드라마와 예능, 리얼리티물보다는 우리 조상들의 과거를 통해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통합과 화해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통사극을 만드는 게 공영방송의 임무다. 소재로 삼을만한 역사적 인물은 이순신, 세종대왕, 장영실, 전봉준 뿐만이 아니다. 훨씬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조명돼야 한다.

구한말 의병의 삶을 부각시키며 메시지를 던지고, 구한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국민의 역사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 tvN ‘미스터션샤인’ 같은 사극을 KBS에서 방송해야 한다. 50부작이 아닌 25~30부작으로 줄여도 좋다. 물론 ‘미스터션샤인’은 100% 정통사극은 아니다. 하지만 정통 대하사극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시대극으로서 ‘미스터션샤인’은 정통사극의 현대적 변용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 대하사극은 우리 역사를 통해 좋은 것은 배우고, 잘못된 과거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연간 6000억 수준의 수신료를 거둬들이는 KBS가 국민들의 수신료 납부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하사극 하나 없는 나라는 문화강국이 될 수 없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