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맹부터 경영승계까지…지분교환의 마법

전략적 동반 관계 위해 주식 교환 적은 돈으로 인수합병 위해 주식 내주기도

계열분리·경영승계과정에서 현금 부담 줄여 인적분할·자사주 활용해 지배력 높인다는 비판도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SK텔레콤과 카카오가 3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나서면서 경영전략으로서 지분 교환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분 교환은 교환 주체의 관계나 방법 등에 따라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형성부터 경영권 승계나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사례처럼 지분 교환은 동종업계 또는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계 간에 협력관계를 쌓기 위해 자주 사용돼 왔다. 특히 기업 규모나 시가총액 차원에서 큰 차이가 나지않는 기업 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7년 POSCO가 글로벌 철강업계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자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KB금융 등 거래처와 상호 주식을 교환하며 우호지분율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 역시 지난 2017년 총 1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이후 네이버파이낸셜 설립을 함께하며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한 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 동맹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협력관계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는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넷마블과 자사주를 교환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경영진에 우호적인 ‘백기사’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기업 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기업 또는 그 소유주와의 지분 교환은 통상 합병 방법으로 활용된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금 대신 인수기업의 지분을 기업을 매각하는 측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 합병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2000년대 코스닥 기업간 짝짓기에서도 자주 활용됐다. 합병을 주도한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최근 국내에선 벤처연합 옐로모바일이 이같은 방식을 통해 계열사를 빠르게 늘려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열사 부실이 빠르게 늘었고 지분 거래를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 등으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최대주주나 그 자녀 등 특수관계인이 얽힌 지분 교환 거래는 통상 경영권 승계나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LG그룹의 방계 기업인 희성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은 희성전자와 삼보이엔씨의 지분을 맞바꾸며 사재투입 없이 계열 분리를 마쳤다. 신세계그룹역시 ㈜신세계와 ㈜이마트를 분할한 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 간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은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의 경영을 각각 책임지게 됐다.

다만 기업 오너 일가가 자사주를 활용한 지분 맞교환으로 현금을 들이지 않고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효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효성은 지주사와 4개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됐고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효성사장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전환된 자사주를 지주사 주식과 맞교환하면서 지배력을 높였다.

한국타이어그룹, 한진중공업, 아모레퍼시픽 등 다수의 대기업들 역시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경영진의 지배력이 크게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형식의 주식교환 등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해 “상법 상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삽입하거나 자사주 처분시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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