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떼, 美캘리포니아 산불에서 레이건 도서관 구했다

지난 봄 도서관 주변 풀 먹어치워 불길 확산 막아

대형 산불 2건 또 발생…올해 사망자는 없어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산불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을 위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산불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을 위협하고 있다. <CNN화면 갈무리>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LA 북서부에 있는 도시 시미밸리에서 발생한 ‘이지 화재’가 인근 도서관을 위협했지만 몇달 전 한 무리의 염소 떼가 주변 덤불을 다 먹어치워 화재가 더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멜리사 길러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대변인은 “소방관 중 한 명이 염소들의 소방라인(덤불을 먹어치워 깨끗하게 만든 지역)이 화재 진압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며 “염소들은 오늘 자신들이 얼마나 유용한지 증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도서관은 언덕 위에 있는 복합건물로 주변에는 덤불이 무성했지만 지난 봄 염소 500여마리가 풀을 다 뜯어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관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기록과 그의 부인 낸시 레이건의 드레스, 결혼반지를 포함해 이들 부부의 개인 소장품이 보관돼 있었다.

현재 시미밸리에서는 이 화재로 주민 3만명이 대피하고 학교에는 모두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700명 이상 소방관이 동원돼 불길과 고군분투 중이다.

소방당국은 이 화재로 약 700헥타르(ha)가 불에 탔고 31일 오전 기준 10% 정도가 진압됐다고 밝혔다. 전력회사 남부 캘리포니아 에디슨은 화재가 전력이 차단되지 않은 자사의 송전선 인근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남부에서 또 두 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한 건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힐사이드 화재’고, 다른 한 건은 리버사이드 카운티 인근에서 발생한 ’46 화재’다.

두 건의 화재로 주택 여러 채가 불타고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했다. 샌버너디노 주민인 매튜 발디비아(35)는 AFP에 “잠들었다가 새벽 2시에 깼는데 강한 연기 냄새를 맡았다”며 아내와 네 아이를 깨우고 이웃에 위험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형 산불 8건이 아직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채 캘리포니아 곳곳을 태우고 있다. 비교적 작은 산불까지 포함하면 지난 23일 이후 지금까지 20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LA의 많은 지역과 벤투라 카운티에서 아직 ‘적색 깃발’ 경보가 발효 중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바람이 다소 약해졌는데, 이는 우리 소방관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매년 ‘산타아나 바람’이라는 고온건조한 강풍이 불어 산불이 더 잘 발생하고 크게 번지는 원인이 된다. 미국 내륙 사막지역과 네바다·유타주 등에 걸쳐 있는 광대한 분지 그레이트베이슨의 차가운 고기압에서 형성된 이 바람은 분지를 타고 해안으로 내려오면서 온도가 높아지고 건조해진다.

올해 최대 규모 산불로 알려진 ‘킨케이드 화재’는 지난 23일 발생해 소노마 카운티 와인 양조 지역을 파괴하고 주택 300채와 거의 3만1000ha 면적을 불태웠다. 아직 60% 정도만 진압된 상태다.

하지만 다행히도 올해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없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었던 화재는 파라다이스에서 발생한 ‘캠프 화재’로 8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7년 나파와 소노마에서 발생한 비슷한 화재에서도 44명이 사망했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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