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사내 연애가 문제? 왜 맥도날드 CEO는 해고돼야 했나

맥도날드, 사규에서 보고체계 내 데이트·성관계 금지

미투 이후 기업 내 권력관계 하에 ‘합의된 관계’ 의문 확산

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등장한 맥도날드 로고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3일(현지시간) 글로벌 패스트푸드체인인 맥도날드의 스티브 이스터브룩이 돌연 해임됐다. 이스터브룩 CEO가 직원과 ‘합의된 관계’를 가진 것이 해임의 배경이었다. 이 밖에 추가적인 해임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사회는 “이스터브룩이 사규를 위반하는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맥도날드는 직간접적 보고체계 내에 있는 직원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성관계를 갖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정책은 “회사의 이익이 아닌 감정 혹은 개인적 관계에 따라 사업적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투(Metoo) 이후 그간 일부 미국 기업 내부에서 무시되거나 은폐돼 온 차별이나 성희롱, 폭행 등 업무상 위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혼남인 이스터브룩 CEO가 ‘합의된 사내 연애’로 해고된 사건은 미투 운동 이후 달라진 재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맥도날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CEO를 해고시킬만큼 맥도날드를 비롯한 기업들 사이에서 직장 내 로맨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회사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회사가 사내 연애를 한 직원에게 선제적으로 불이익을 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인텔의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직원과 관계를 맺은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자 사임했다. 모든 관리급들에게 적용되는 사내의 ‘친목금지(nonfraternization) 정책’ 때문이었다.

이처럼 통상 암묵적으로 쉬쉬해왔던 사내 연애가 해임 사유로서 회사 정책에 명문화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수록 사내 연애에 대한 규정은 더 엄격하다. 마크 스펀드 변호사는 NYT에 “임원과 부하직원과의 연애를 금지하는 정책이 명문화되는 추세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조치는 미투 열풍 이후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미투 운동 이후 권력관계가 확실한 기업 내에서 상급자가 부하직원과의 ‘합의된 관계’를 주장할지언정, 부하직원의 입장은 이와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샌디에고 주립대학에서 윤리경영을 강의하고 있는 웬디 패트릭은 “(사내 연애 금지는) 시대적 신호”라면서 “잠재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없던 방식으로 개인의 행동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