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프듀101’ 조작 사건,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엠넷(Mnet)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의 후폭풍이 거세다. 심지어 한 연예매체(조이뉴스24)는 ‘아이즈원’, ‘엑스원’의 일부 멤버가 팀 해산을 바란다고 보도했다.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에서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아 만들어진 아이돌 팀 멤버들이 ‘조작돌’이라는 낙인이 찍혀 정신적으로 힘들고 팀 활동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투표 조작 없어도 최종 프로젝트 팀에 선발될 수 있는 ‘아이’는 무슨 죄인가?

이 프로그램의 안준영 PD가 구속된 후 시즌3, 4 등 두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을 인정했고, 연습생을 출연시킨 기획사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프로듀스101 시즌1’에 출연했던 니와 시오리가 시즌1에서도 “‘PICK ME’(픽미)를 처음 들었을 때 일부 소속사 연습생들은 이미 곡과 안무를 완벽하게 연습해왔다”고 조작 정황을 폭로했다.

프로듀서 프로그램의 조작 사건은 PD 1~2명의 개인적 일탈과 비리로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CJ ENM 차원의 구조적 연관성이 있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대한민국에 오디션 열풍을 일으킨 ‘슈퍼스타K’는 2009년 시즌1이 방송된 후 인기가 올라가면서 온라인 문자투표 수익도 있었지만 제작비 대부분은 광고수익으로 충당됐다. ‘슈퍼스타K’는 여덟 시즌을 하고 중단됐다. 이 때는 논란이라고 해봐야 ‘악마의 편집’ 정도였다.

2016년 처음 생긴 ‘프로듀스101’은 ‘슈퍼스타K’와는 차원이 달랐다. 여기서는 방송국의 욕망, 기획사 사장의 욕망, 심지어 연습생들, 팬덤의 욕망도 첨예하게 충돌하게 됐다. 광고수익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놨다.

이런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안준영 PD는 회사에서 귀하신 몸 대접을 받을만 했다. 회사를 옮긴다면 전임자인 한동철 PD(‘프듀101’,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연출)보다 더 비싼 몸값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 였다.

‘프로듀스101’은 지금까지 4개의 시즌을 소화했는데, 시즌2를 통해 데뷔한 그룹 워너원은 무려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웬만한 아이돌 그룹의 데뷔 쇼케이스는 1000석을 채우기가 힘들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듀’에서 배출된 팀은 ‘쇼콘(쇼케이스 콘서트)’ ‘미콘(팬미팅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만석이 들어가는 고척돔에서 잇따라 열어도 흥행이 됐다.

이 소득 분배구조에서 엠넷 채널 운용사인 CJ ENM은 25%를 가져갔다. 나머지 50%는 멤버들의 소속사가, 25%는 이들 프로젝트 팀 활동을 대행하는 YMC 엔터테인먼트가 가져갔다.

시즌3가 되면서 엠넷은 더욱 과감해졌다. 두 가지의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계약기간의 연장이다. ‘아이오아이’ 1년, ‘워너원’ 1년 6개월, ‘아이즈원’ 2년 6개월, 시즌4격인 ‘엑스원’은 5년(2년6개월은 엑스원으로만, 나머지 기간은 개별활동 병행)으로 늘려나갔다. 프로젝트 팀 활동 기간이 늘어날수록 가수 개인 소속사의 한 숨 소리는 커져만갔다. 가수 개인의 소속사에서는 “우리는 뭐 먹고 살아라는 말이냐”는 탄식이 나왔다. 하지만 절대 갑(甲) 위치에 있는 방송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팀 수익금의 25%를 가져가는 매니지먼트사를 CJ ENM이 아예 새로 만든 자사 산하의 기획사에게 맡겨 전체 수익의 50%를 CJ ENM이 가져갔다. ‘프듀101’에 참가해 두각을 나타내는 연습생이 많은 기획사인 플레디스나 젤리피쉬 등도 CJ ENM이 소유하거나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이 정도면 룰을 지킨다 해도 선을 넘어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규칙을 지켜도 공정성이 훼손된 셈이다. 이번 수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나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불공정 생태계를 바로잡는 게 어른들의 몫이다.

‘프듀101’ 투표 조작 사건은 변화된 팬덤, 즉 기획하고 양육하는 새로운 스타 양육시스템으로서의 팬덤의 과실만 따먹으려다 방송사가 곤혹을 치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아이돌 소비자로서의 팬덤은 불공정한 시스템을 그냥 보고 있지 않는다. 앞으로도 팬덤들이 더욱 감시의 눈을 밝혀야 한다. 제작자는 새롭게 변화된 이들 팬덤을 이해하고 소통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이번 사건이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