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승리냐 쿠데타냐’…국제사회도 볼리비아도 ‘좌우분열’

모랄레스 대통령, 야당 주도 ‘쿠데타’ 비판…중남미 좌파 정권 가세

트럼프 “볼리비아 국민과 군에게 박수”

모랄레스 지지 vs 반대 갈등 격화…볼리비아 정국 혼란 심화

11일(현지시간) 전날 사퇴를 발표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들이 충돌하고 있다.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퇴진이 민주주의의 승리인지 아니면 야당 주도의 ‘쿠데타’인지를 놓고 좌우 진영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북·중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각 집권세력의 좌우 이념성향에 따라 전선이 갈렸다. 볼리비아 내부에서도 모랄레스 퇴진 후 권력공백 속에 좌파 지지자들의 역공이 거세지며 진영간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퇴 발표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태가 야당 지도자인 카를로스 메사와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가 일으킨 쿠데타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혼돈과 폭력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좌파 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주변국들 역시 이에 동조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멕시코는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이 신청한 망명을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볼리비아 사태가 ‘군사 쿠데타’임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우파 성향의 국가들은 시민의 힘으로 권력의 부정부패를 몰아낸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우파 정부는 쿠데타라는 규정 없이 볼리비아의 안정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유를 요구한 볼리비아 국민들과,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맹세를 지킨 군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 모랄레스 대통령 퇴진을 축하하기도 했다.

엇갈린 평가 속에 권력 공백을 맞은 볼리비아에서는 모랄레스 퇴진 지지자와 반대파들의 충돌이 잇따르면서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치안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 사퇴 당시 대통령 권한을 승계할 부통령과 상원의장, 하원의장도 줄사퇴한만큼 당장 권력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일부 전문가들은 법적 국가 원수가 없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폭력 사퇴가 심화돼 새로운 선거를 치르려는 시도마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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