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 문화와 민주주의

▶문화와 민주주의(김남국 지음, 이학사)=정치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온 문화가 정치를 좌우하는 시대다. 세계화에 따른 자본과 사람의 이동 등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다문화사회로 바뀌면서 각국은 이질적인 문화와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다. 브렉시트와 미국과 유럽의 반이민, 반이슬람 구호 등은 문화적 균열이 정치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저자는 지난 200년간 가장 표준적인 국가 형태인 국민국가가 민족을 단위로 사회정의와 복지의 재분배를 실현,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다문화 시대에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소수 집단의 사회적 위치를 기존 집단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정책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

저자는 다문화 상황이 사회문화적 균열을 심화시켜 민주주의의 후퇴와 권위주의의 귀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다수제 민주주의를 합의제 민주주의로, 민족 대신 보편 가치에 기반한 서민적 정체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공학자로 산다는 것(스테파니 슬로컴 지음, 한귀영 옮김, 성균관대 출판부)=지진이나 태풍 등에 견딜 수 있는 구조 설계 공학 분야의 베테랑 엔지니어인 저자가 들려주는 여성이 엔지니어로 성공하기 위한 실천 지침서. 공학자로서 현장에 나선 순간,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그녀는 남자처럼 행동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갖춘다고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처음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전공 연구에 몰두하고, 독서를 하고 동료 여성 공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는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여성 공학자로 성공하는 열쇠를 찾아냈다고 말한다. 그 성공의 열쇠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력과 인생의 목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자원이라는 것.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인생 목표에 부합한 지적 노력과 연대의 힘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학에서 공학 전공 여성은 20퍼센트인데, 그 중 40퍼센트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아예 공학일을 하지 않는다,. 더욱이 4명 중 1명은 나이가 30세가 되기 전 떠나버린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다.

▶베를린, 베를린(이은정 지음, 창비)=베를린 장벽 붕괴 및 독일 재통일 30주년을 맞았다. 냉전 체제의 상징에서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된 도시, 베를린의 극적인 변모는 독일의 자랑이자, 우릐의 희망이다. 1984년부터 독일에서 생활해온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는 베를린이 동독의 섬처럼 존재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를린은 분단이 기정사실화하기까지 두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베를린봉쇄와 베를린 최후통첩(1959,1)으로 미·소의 힘겨루기가 격화돼 핵전쟁까지 거론됐지만 타협에 이르고, 분단을 맞게 된다. 저자는 동서베를린이 갈등의 최전선이자 가교역할도 했음에 주목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분단 당시 동서베를린 주민들이 어떻게 분단을 의식하며 살았는지 그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데 있다.

주민들의 출퇴근, 경제활동, 삼엄한 감시와 검열 속에서 왕래한 우편통신, 실질적 협력을 가능케한 하수도 시설, 일상적 접촉을 만들어낸 대중교통 체계 등을 세심하게 살폈다. 분단된 베를린의 실상을 입체적이고 균형감 있게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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