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철회안하면 ‘지소미아 종료’ 최후의 카드

22일 한국 정부 “지소미아 종료 연기” 발표 일본도 수출규제 논의 위해 국장급 대화 응해

일본 적극적 행동 없으면 언제든 지소미아 종료 일단 종료 시점 미일의 최대 압박은 빗겨나

23일 일본 주요 신문들의 1면에 한국의 지소미아 유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고 일본 정부가 한일 정책 대화를 약 3년 만에 열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완화될지 주목된다. 한국의 ‘지소미아 유지’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철회를 조건으로 한 만큼 일본의 적극적 행동이 없을 경우 지소미아는 언제든 종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한국이 굽히고 들어간 모양새지만, 일본의 호응이 없을 경우 다시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23일 0시 종료를 앞두고 최대 압박을 가해왔던 미일 당국의 날카로운 공세는 피하면서 한 번 더 일본의 책임을 묻는 지혜로운 대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연기 방침을 밝힌 직후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안의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서 국장급 대화를 열어 양국의 수출 관리에 관해서 상호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싶다”고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말했다.

한국의 조건부 지소미아 유지 발표와 함께 일본도 절차를 거쳐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7월 한국 수출규제 문제를 협의하자는 한국의 요구에 자국 내 수출 관리에 관한 문제이므로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설명의 대상일 뿐이라며 낮은 수준의 과장급 회의에만 형식적으로 임했다. 무역 관리를 다루는 한일 양국 간 국장급 정책 대화는 2016년 6월을 마지막으로 3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22일 한국의 지소미아 연기 결정 직후 일본 정부가 국장급 정책 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WTO 분쟁 절차 중단 결정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측이 수출관리에 관한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욕을 보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일본 측 입장 변화의 명분을 스스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 변화는 향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국장급 정책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향후 대응에 따라서는 규제 수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은 정책 대화를 진행해 한국의 제도 정비가 충분하면 백색 국가로 되돌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수출관리 운용을 늘 점검해 개선하고 있으며 한국이나 A·B·C 특정 그룹에 국한하지 않고 상대국의 수출관리 체제, 국제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계속 수정한다”며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집할 경우, 협상은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다 부장은 향후 가질 국장급 정책 대화에 관해 “일본의 정책 결정 그 자체에 대해서 교섭하는 장이 아니다”며 의혹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정책 대화 재개 방침이 발표된 후 경제산업성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지소미아와 정책 대화 재개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대화를 거듭해 결국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는 뭐라고 예단을 가지고 답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정책 대화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전날 정부는 지소미아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 비밀정보보호 협정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 같이 결정했고, 일본도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는 144일만,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지는 112일 만이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때로부터는 정확히 3개월 만이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한일 정부가 극적인 합의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일본 측 발표 내용에는 ‘현안 해결에 기여하도록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해 양국의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한다’, ‘한일 간 건전한 수출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규제대상 품목과 관련한) 재검토가 가능해진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러한 일본 측 발표 내용은 일본 역시 지소미아 종료가 불러올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사태의 발단인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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