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동백꽃’ 염혜란이 보여준 홍자영은 단순한 도도녀가 아니다

[해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동백꽃 필 무렵’의 누나 홍자영(염혜란)은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캐릭터다. 홍자영 캐릭터는 주체적인 여성 대열에 묵직한 자국을 남겼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최애’ 캐릭터가 됐다.

홍자영은 고학력이라 옹산의 주민들과는 다른 직업, 변호사다. 그런데 판검사와 같은 부류와 결혼하지 않았다. 안경점 주인인 노규태(오정세)가 “누나 동기 새끼들은 다 판검사 인데 왜 굳이 나랑 결혼을 해?” 하고 묻자, 홍자영은 “난, 너랑 있으면 편해, 넌 사람이 행간이 없잖아”라고 답한다.

요즘 행간이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다. 요즘 시대에 드물게도, 머리를 굴리지 않은 맑은 영혼을 가졌다는 의미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홍자영은 연하의 남자 규태와 선을 본 후 “네 차 탈 거야? 내 차 타” “너 칫솔 사. 자고 가게” “3월에 하자, 우리 결혼”라고 거침없이 3연타를 날렸다. “너 칫솔 사. 자고 가게”는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했던 “라면 먹을래요”와 비견된다. “라면 먹고 갈래”가 완곡형 내지는 내숭형이라면, “칫솔 사. 자고 가게”는 훨씬 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홍자영은 시어머니에게도 “어머니~” 하면서 할 말은 다 한다. 아들 돈 보고 결혼했냐는 시어머니에게 “제가 생각보다 능력이 있어요. 제가 능력이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몇푼이 탐났겠어요?”라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탁구공만한 스트레스를 주시면 저는 규태한테 배구공을 날려버렸어요”라고 했다. 이러니 ‘여성들의 워너비’라 할만하다. 염혜란이 홍자영이라는 캐릭터로 심신이 지친 아줌마들을 위한 힐링 토크 콘서트를 연다면 흥행은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홍자영은 여성들에게 시원한 말만 골라서 한다. “난 노규태를 금가락지는 되는 줄 알고 골랐는데, 살아보니까 이게 놋가락지도 안되는 거야. 그런데 더 압권은 시부모는 나한테 다이아나 준줄 안다는 거지”.

또 남편 노규태와 손담비(향미)와 삼자 대면에서 두 사람이 스키만 탔고 바람은 안폈다고 하자 홍자영은 “그 선은 너희들이 정하니”라고 사이다를 투척했다. 남편이 향미와 계속 안잤다고 하자 “안 잔게 유세니? 나는 평생 못잊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렇게 단호하고, 명쾌하고, 박력 있고, 쿨 하고, 똑 부러지는 여성 캐릭터는 실로 오래간만이다. 카리스마와 인간미의 간극을 유연하게 오간다. 모노톤 홍자영은 단순한 도도녀가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누나’를 또 한명 발견한 것이다. 이 새로운 누나가 미치는 영향은 좀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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