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양식의 양식’, 침샘과 두뇌를 동시에 자극하는 푸드 어드벤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JTBC ‘양식의 양식’은 음식을 뜻하는 일용할 양식의 양식(糧食)과 예술의 사조나 스타일을 가리키는 양식(樣式)을 합한 말이다. 또 뒤의 양식은 건전한 상식을 뜻하는 양식 있는 사람의 양식(良識)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제목은 출연자인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학과 교수가 지었다.

한식 푸드 어드벤처이자 푸드 블록버스터 ‘양식의 양식’은 각계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풍성한 수다속에 꽃피는 음식의 의미(교양)를 담는 프로그램이라고 제작진은 소개했다. 1회 치킨편을 보니, 과연 그렇게 말할만 했다.

백종원은 송원섭CP가 함께 하자고 했을 때 거절했다고 한다. 방송을 너무 많이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백종원은 송 CP의 취지와 설명을 듣고 바로 “합시다”고 했다.

백종원은 “음식의 기원을 찾는 건 재밌다. 먹는 것에 대해 각자 직업군들이, 건축가까지 참가해 방송을 한다 하니 궁금증이 발동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우리와 먹는 게 비슷하다는 건 신기한 부분이었다. 고생을 했지만 보람도 느낀다”면서 “참가자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을 느낀다. 나의 잘못된 시선도 알 수 있고, 음식 사업자로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양식의 양식’은 음식을 먹을 때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들을 전문가들의 예리한 시선으로 접근, 일반적인 먹방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풍성한 정보와 침샘을 자극하는 볼거리로 교양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채로운 볼거리만큼 미각 논객들의 호흡 또한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특히 백종원이 음식을 소개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면 정재찬은 닭에 관한 설화를, 건축가 유현준은 흥미로운 실험 사례를, 채사장은 경제사회적 관점을 들어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갔다. 여기에 최강창민의 시청자 눈높이로, 센스 있는 질문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대화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었다.

1일 첫 방송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넘버원 단백질 치킨이 선정된 가운데 치킨을 둘러싼 문화, 역사, 경제, 종교 등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지식들이 총출동, 버라이어티 한 여정을 펼쳤다.

이날 백종원과 정채찬, 채사장은 한국 치킨의 원조 격인 시장 통닭을 두고 음식 토크의 불판을 달궜다. 광주 양동시장으로 가 시장 통닭이 생겨난 배경부터 경제 성장과 맥을 함께한 치킨의 발전까지 다루는 등 갖가지 주제로 이야기의 폭을 넓혀갔다.

이들은 또 60년대 식용류 재료로서의 콩 대량 도입과 80년대의 아파트 열풍, 90년대 IMF를 각각 코리안 프라이드치킨의 시작, 1차 폭발 및 2차 폭발기로 규정하고 치킨의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최강창민과 유현준 역시 치맥(치킨+맥주)의 성지 야구장에서 신조어의 탄생 배경과 야구장에서 유독 치킨이 당기는 이유 등에 주목, 익숙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에 해답을 찾아나갔다.

이어 미각 논객들의 호기심은 해외까지 가지를 뻗어나갔다. 흑인들의 소울푸드 프라이드치킨의 본고장 미국 멤피스의 남부식 치킨과 프랑스 명품 닭인 브레스 닭 요리, 코코넛유 생산과 하께 치밥의 신세계를 알린 인도네시아 치킨, 버블티와 꿀 조합을 이루는 대만식 치킨, 향신료 향이 매력적인 남미식 치킨 구이 등 5개국의 이색 치킨을 맛보며 한국 치킨과의 차별점을 면밀히 분석했다.

정재찬은 “치킨은 반도체 이후 최고의 발명품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을 급속도로 발전시킨 문명은 치킨과 반도체 외에 얼마 없다”라며 재치 넘치는 비유로 이러한 현상에 힘을 실었다. 이는 한식의 비밀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의 ‘양식의 양식’ 첫 회 주제를 ‘치킨’으로 다룬 이유임을 엿볼 수 있었다.

‘양식의 양식’은 음식을 탐하는 식탐(食貪)이 아닌 지식을 탐하는 식탐(識貪)으로 먹방을 넘어 문화를 이야기한다. 역사로 따지면 정치 경제의 ‘거시사’가 아닌 생활 습관을 파고 드는 ‘미시사’다. ‘정말 그럴까?’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해 ‘아! 그렇구나’ 하는 탄성으로 끝날 즐거운 음식수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유럽·아시아·중국·동남아·미국까지 좌판음식에서 미슐랭까지, 우리가 몰랐던 먹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찾아내기 위해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직접 찾아가 먹고 소개하는 감칠맛 나는 모험을 시작한다.

첫 시즌의 주인공 ‘한식’을 바라보는 8개의 음식, 냉면, 국밥, 불고기, 젓갈, 삼겹살, 치킨, 짜장면, 백반의 8가지 음식은 현대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면서 한식과 다른 나라 음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창 역할을 한다. 지난 100년 사이에 한국인의 식탁에 유입된 짜장면과 치킨은 그 입양과 성장 과정이 한국 사회의 변천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경주를 여행하면 불국사와 다보탑, 석굴암을 차례로 둘러보던 여행패턴에서 먹거리를 따라 이동하는 여행 트렌드에 ‘양식의 양식’은 딱 부합하는 프로그램이다. 배를 채워주는 맛있는 양식(糧食)도 주고 뇌를 채워주는 유익한 양식(良識)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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