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처음 봐”…발걸음 멈춘 나경원, 혼돈의 한국당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조경태.김순례 최고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황교안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지난 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자유한국당 안에서 황교안 대표의 나경원 원내대표 유임 불가 결정을 놓고 우려와 불만이 지속해 표출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결정을 강행한 것은 월권 행위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5일 한국당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날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이어 2차례 불참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개인 일정이 있어 불참한다지만, 당 안팎에선 황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나 원내대표의 유임을 불허한 데 따른 불편한 심경을 계속해 표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국당의 분위기는 당 지도부가 나 원내대표의 유임 불가 결정을 한 직후부터 심상치 않았다.

4선의 정진석 의원은 전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 ‘투쟁텐트’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정치를 혼자 하느냐. 정치를 몇십년씩 하는 사람들은 뭐냐”며 “정치를 20년 한 사람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소리를 쳤다. 나 원내대표는 애초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었다. 황 대표가 이보다 앞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 원내대표 유임 불가 결정한 것을 놓고 ‘이런 경우’라고 칭했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회의의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정 의원만 불만을 토로한 것은 아니었다. 당 내에선 전날 오전·오후에 걸쳐 불만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당헌당규 해석에 따른 논란이 컸다. 의원들의 투표로 뽑은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를 당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 공개 발언에서 “최고위의 의결 내용은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원내대표 연임 사항은 의총에 권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도 의총에서 “누가 봐도 나 원내대표를 해임하는 모습”이라며 “명확한 당헌당규를 통해 원내대표 임면이 최고위 의결로 가능한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당 대표의 사당임을 만천하에 보여줬다”며 “읍참마속이라더니, 마속이 황 대표 측근이 아닌 나 원내대표였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세연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헌 제55조와 당규 제24조 제3항을 종합하면 당 대표의 ‘경선 공고 권한’은 선거일을 정한다는 절차상 권한일 뿐”이라며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청와대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당 지도부는 법률과 원칙에 따라 판단을 했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다만 논란이 확산되자 나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와 7~8분 가량 비공개로 면담한 후 기자들에게 “(나 원내대표에게)고생이 많았다. 앞으로도 당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고 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유임 불가 결정을 수용했다. 그는 전날 의총에서 “제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며 “권한과 절차 등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 행복과 대민 발전, 당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원내대표까지 친박(친박근혜)계가 되면 이 당은 탄핵 잔당이 되고, 국민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극심한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보수통합은커녕 분당 사태까지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 전 대표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게 마지막 희망”이라며 “박근혜 정권이 망한 데 책임 있는 사람들의 정리가 국민이 원하는 쇄신”이라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