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자연스런 연기의 비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공효진의 연기는 믿고 볼 수 있다. 워낙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고 해서 현실연기라고 하기도 한다. 올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은 숱하고 얄궂은 인생의 고비들을 모두 넘기고 당차게 성장하는 동백을 잘 연기했다.

공효진은 ‘동백꽃~’이 이전 로맨틱 코미디들과 다른 점은 여성주인공의 주체성이라고 했다. “작가님을 믿고 마무리도 잘 하시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제 예상보다 훨씬 훌륭하게 써주셨다. 제가 캐릭터를 잘 찾아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공효진은 ‘동백꽃~’의 대본을 4부까지 보고 결정했다. “그 정도만 봐도 내 취향인지를 알 수 있다. 주인공의 포지션과 밸류만 따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얘기와 새로움이다. 남녀간 만남이 뻔한 작품, 예컨대 여자가 봉변을 당하면 남자가 구해주거나 하는 건 해봤으니까 용감한 걸 좋아한다.”

공효진은 마지막회인 20부 대본을 늦게 받았다. 1차로 자신의 대사를 받고, 전체 대본은 녹화가 임박했을 때 도착했다. 스포일러때문이었다. 여기서 동백이는 향미(손담비)를 죽이는 등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직접 잡는다.

“제가 까불이를 잡을 줄은 몰랐다. ‘용식이가 잡아주려나’ 하고 생각했다. 제가 까불이를 때려잡는 걸 보고 신기했다. 향미가 마시던 500(㏄) 잔으로 내쳐친 것은 향미의 복수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용식의 내레이션인 ‘내가 동백이를 지키는 줄 알았는데. 동백이를 지킨 건 동백이였다’가 나온다. 물론 제가 잡았다기 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잡은 거지만.”

공효진은 이번 드라마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에게 글만이라도 21부를 써 달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번 드라마를)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런 코드를 쉽게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내가 정답을 맞춘 것 같고, 시청자의 드라마 보는 수준이 높아진 걸 실감한다. 드라마는 좀 더 쉽게, 이 생각 저 생각을 집어넣지 말고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고, 영화보다 더 쉬운 매체이고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공효진의 연기스타일은 대사를 달달 외어 현장에서 그대로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준비를 별로 안하고 현장에 가서 정하는 게 많다. 임기응변에 강하다. 미리 상상해보고 대본을 준비하는 게 아니고, 내 역할을 알고 현장에 가서, 사람들과 상의해서 톤이 결정된다. 내가 외운 게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간다.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내 대사가 없어도 리액션을 많이 한다.”

공효진은 이런 과정을 거쳐 연기 감정을 잡는다. 그런 공효진에게 벽 보고 대사를 외우는 스타일인 손담비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첫번째 감독이 어떻게 디렉션 하느냐에 따라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감독은 완벽한 연기를 하려면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라고 한다. 나는 얼렁뚱땅 ‘여고괴담’을 찍었다. 혼나면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다. 손담비는 대사의 토씨 하나 안틀리게 외웠다. 나와 오정세가 좀 더 새로운 방법으로 해볼 것을 담비에게 권하기도 했다. 연기는 정답이 없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공효진은 동백이를 연기했지만 손담비가 연기한 향미 역할을 좋아했다. “향미에게는 다채로운 색깔이 있다. 친분 있는 배우를 추천하고 싶었다. 손담비보다 훨씬 자주 많나고 친분이 많은 배우들도 있었지만 손담비를 추천하게 되더라. 향미는 워낙 어려운 역할이다. 동백보다 복잡하고 변신도 해야 하고. 그런데 담비와 향미가 묘하게 겹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손담비가 너무 잘해 준 것 같다. 담비보다 더 리더미컬한 사람이 향미 역할을 했으면 담비처럼 안됐을 것이다.”

공효진은 억만 장자 부자 역할, 사이코패스, 운동선수, 병약하고 청초한 여자 연기를 안해봤다면서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변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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