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BTS와 포스트포드주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11일 연세대 백양누리관에는 국내외 학자들이 대거 모였다.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가 주최한 글로벌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에 참가한 학자들은 방탄소년단 신드롬의 주 요인을 ‘메시지’와 ‘팬덤’ ‘디지털 미디어’ 세 가지에서 찾았다.

3번째 세션 ‘전지구화와 문화적 혼종성’에서 발표된 ‘BTS의 상호교차적 효과: 방탄소년단 흑인 여성 팬덤을 중심으로’(이지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석사)은 주류 미디어에서 배제되었던 흑인 여성과 아시아 남성의 관계를 팬 실천을 통해(팬픽이나 팬아트를 제작,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생산하면서 인종과 젠더의 교차적인 비가시성을 도전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4번째 세션 ‘플랫폼과 미디어 테크놀로지’에서 발표된 이동준 씨의 ‘케이팝 브랜드 전략: 아이돌 시스템 담론의 포스트포드주의적 이해’도 이색적인 발제였다.

이 씨는 기존 아이돌 그룹 제작을 포드주의 생산방식의 한계로 비유해 설명했다. 공장형 아이돌, 로봇, 획일화, 정체성 미확립 등을 지적했고, SM, YG, JYP 등 빅3 중심의 헤게모니 형성에서는 탑다운 브랜딩이 보인다고 했다. 빅3가 NCT 등 후기에 접어들면서 생산 자체에는 예술가적 브랜딩이 보이는 포스트포드주의도 혼합됐지만, 빅3의 기본적 생산 담론은 포디즘이라는 것이다.

포드주의가 가진 노동의 인간성 상실에 대한 반항 또는 개선 형태로 등장한 포스트 포드주의 체제하에서는 브랜드 관리가 소비문화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 BTS의 경우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포스트포드주의적 관점에서 아이돌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자산이라면서, BTS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모두 육성하는 방식, 탑다운이 아닌 예술적 정체성 구축이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등 제작팀이 가장 잘한 것은 아이돌을 아티스트로 만들어 글로벌 무대에 내놨다는 데 있다고 말해왔다. 이런 아이돌 시스템 담론의 발전을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의 전환으로 설명했다. 이는 브랜드의 좋은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이돌 그룹도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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