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공화당 ‘탄핵 이슈 시간싸움’

펠로시, 상원 제출 시기 안밝혀

공화 “제출 보류는 헌법적 강탈”

대선 주도권 쥐려 “늦게” “빨리”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던 도중 박수를 보내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뒷줄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AP=헤럴드경제]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뒤 상원 탄핵심판이라는 결전을 앞두고 최대한 유리하게 판을 짜려는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날 탄핵안 가결 이후 상원에 소추안을 언제 제출할지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상원이 탄핵 심판 절차의 윤곽을 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공정한 재판을 강조하며 증인·증거 신청에서 공화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탄핵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하원이 소추안 제출을 보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탄핵안을 상원에 제출하지 않는 것을 ‘헌법적 강탈’”이라고 비난했다.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민주당은 그런 짓을 하면 안된다”며 “펠로시 의장은 허위 탄핵 사기극에 무력감을 느낀 나머지 상원에 제출하기 두려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신중론과 공화당의 압박은 사실상 답이 정해진 문제를 놓고 저마다 다른 풀이 방식을 꿈꾸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지만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현실성은 낮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내년은 미국 대선이 있다. 탄핵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대선 승리라는 최선의 결과를 거머쥘 수 있다.

공화당은 소추안이 상원에 올라오면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루빨리 자신들이 주도권을 쥔 상원에서 탄핵안을 무력화해 탄핵 변수를 털고 가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해 경제성과를 마음껏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 이슈가 지속되면 국민들의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야심차게 이끈 탄핵 정국이 자칫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 위기다. 오히려 탄핵이 트럼프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추진 당시 결과적으로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은 인물은 탄핵에 앞장 섰던 뉴트 깅리치 공화당 하원의장이었던 전례를 펠로시 의장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인물을 의회 증언대에 세우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탄핵에 묶어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마냥 시간끌기를 할 수만은 없다. 대선 본무대에 오르기 전 흥행의 불을 지펴야할 민주당 예비선거가 탄핵 정국에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하원이 겨울 휴가철을 맞아 이날 휴회에 들어가 내년 1월7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우영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