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U.L.T.R.A 주의보] 2020 한국 경제…반드시 넘어야할 5대 허들

20191223000388_0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U.L.T.R.A.

2020년 한국 경제를 덮칠 암운이다. 강성노조(Union), 저성장(Low growth), 무역장벽(Trade), 규제 철옹성(Regulation), 식물 국회(Assembly), 이른바 ‘울트라(U.L.T.R.A) 주의보’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까지 겹치면서 경제는 더더욱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뒤쳐진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규제개혁 만이 답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총선정국’에 돌입한 국회는 혁신성장을 외면한 지 오래다. 신산업은 발이 묶인채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난무하면서 국내에서 새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기업들은 ‘탈(脫) 한국’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2%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2017년 3.1%에서 2018년 2.7%, 2019년 2.0%로 고착화된 ‘저성장의 늪’을 내년에도 빠져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로 끌어올리며 올해보다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LG경제연구원(1.8%),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1.8%), UBS(1.9%)가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3%, 국제통화기금(IMF)은 2.2%를 각각 예상했다.

내년 정부는 반도체 업턴(상승국면)과 민간·민자·공공 등 3대 분야 100조원 투입을 바탕으로 경기를 반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수출과 내수가 부진해 경기가 반등한다 해도 침체가 계속되는 ‘L자형’ 흐름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내년 반도체 업황개선 외에 기대를 걸 만한 것이 없다”며 “총선 전 선심성 정책으로 돈을 많이 풀어 반짝 회복세를 보일 수 있으나 이후에도 그만큼 쏟아붓지 않으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는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퇴로 없이 치닫던 미중 무역분쟁이 양국의 1단계 합의로 한숨은 돌렸지만, 미중 패권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어서 미국 대선 이후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상무)은 “미중 무역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며 “한국이 혜택을 많이 봤던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약해지고 있어 내년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업종, 사업장마다 노조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 포함, 저성과자 관리 지침 폐기 등 친노동 정책이 범람하면서다.

습관성 파업으로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 개혁도 노조에 발목이 잡혔다.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노조 반발로 전면 백지화됐다. 이번 정부에서 세를 불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까지 개입해 ‘김진표 총리 카드’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노동 경직성은 생산성 하락은 물론 기업과 해외 투자금의 ‘탈한국’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지난 3분기 해외 직접 투자액은 13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대못 규제’ 역시 노동단체와 기득권 세력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있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 정부의 강력한 ‘고통분담’ 의지가 없는 한 내년에도 대못 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 작업 중지 명령이 남발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에 반하는 화학물질관리법이 기업 활동을 가로막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설상가상, 혁신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국회는 내년 4월 ‘총선 블랙홀’에 빠졌다. 연일 정쟁을 일삼으며 신규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서비스산업개혁법안, 원격의료도입, 개인신용정보보호법, 빅데이터 경제 3법, 외국인투자촉진법, 수소경제법, 자본시장법 등이 올스톱됐다.

‘규제철폐 전도사’로 불리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월 “이제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고 작심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글로벌 경제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기업이나 경제모델이 산업사회, 즉 20세기 대량생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치고나가야 하는데 모든 기업이 발목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로운 국무총리가 ‘경제통’이어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 여부가 중요하다”며 “내년 단기간에 경기가 좋아지진 않겠지만, 정책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면 내후년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