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페트병으로 의약품 원료 만든다

화학연구소, 폐플라스틱 생물·화학 융복합 전환기술 개발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을 갈산, 바닐락산 등으로 변환하는 생물학적 전환을 시키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최근 전 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버려지는 페트병을 의약품 원료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 개발됐다.

페트병의 주성분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생물학적으로 전환해 유용한 소재로 바꾸는 기술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희택·주정찬·차현길 박사팀, 고려대 김경헌 교수팀, 이화여대 박시재 교수팀이 공동으로 PET를 의약품과 플라스틱 원료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물을 이용해 PET를 단량체로 친환경적으로 분해하고, 이를 미생물을 이용해 유용한 소재들로 전환하는 전략을 설계했다.

먼저 PET를 마이크로웨이브 반응기에서 230℃ 조건으로 물과 반응시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화학적으로 분해했다. 수율은 99.9%에 달했다.

이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을 유용한 소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테레프탈산을 갈산(92.5%), 카테콜(90.1%), 피로갈롤(20.8%), 뮤콘산(85.4%), 바닐락산(29.4%)으로, 에틸렌글리콜을 글라이콜산(98.6%)으로 전환했다.

갈산과 뮤콘산, 바닐락산, 피로갈롤, 글라이콜산 등은 의약품과 플라스틱 원료, 방향 성분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갈산은 의약품(항산화제) 중간체, 뮤콘산은 플라스틱 단량체, 바닐락산은 의약 및 화장품용 방향 성분으로 쓰인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PET 재활용 방법의 낮은 활용도를 개선하는 모델로, 버려지는 PET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희택 박사는 “기존 폐기물로 취급됐던 폐플라스틱의 원료화 및 소재화 기술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며 “향후 PET를 포함한 폐플라스틱 자원화 및 소재화 기술 개발이 이번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지속 가능 화학 및 공학(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1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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