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교민 살인강도는 필리핀 치대 졸업한 한국인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시 한국 교민 강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한국인 이모(29) 씨가 사건 당시 현장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주호찌민 한국 총영사관 제공]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발생한 한국교민 강도살인 사건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한국인의 계획적인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호찌민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찌민시 공안(경찰)은 지난 25일 밤 한국인 이모(29) 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1일 오전 1시 30분께(현지시간) 호찌민시 7군 한인 밀집 지역인 푸미흥에서 사업가인 교민 A(50) 씨의 집에 뒷문으로 침입해 A 씨와 아내(49), 딸(17)을 흉기로 찌른 혐의다.

이로 인해 A 씨 아내가 숨졌고, A 씨와 딸은 응급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이씨는 또 현금 300만동(약 15만원)과 스마트폰 4개를 빼앗아 피해자의 승용차를 몰고 달아난 뒤 같은 날 오전 5시께 10㎞가량 떨어진 호찌민 2군 지역 투티엠 다리 옆 공터에서 승용차를 불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도주 직전 안방에 있는 금고를 열려고 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시 공안은 이번 사건을 중대 범죄로 분류,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해 사건 해결에 총력전을 펴 이모씨를 체포했으며 이모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지난 11월 1일 관광비자로 베트남에 입국해 치과 관련 일을 하려고 했으나 여의치않아 생활고에 시달리자 한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A 씨 가족을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범행 전 5∼6시간가량 A 씨 집을 관찰한 뒤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범행을 저질렀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영어를 사용했다고 현지 공안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력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범행 당시 안경을 쓰지 않는 등 신원 노출을 피하려고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건 발생 후 거주지에 들어가지 않고 호찌민시 도심 1군에 있는 한 호텔에서 머물며 출국을 준비한 것으로 공안 조사 결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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