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작품에 항상 배우 이정은이 있는 이유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미스터션샤인’ ‘아는 와이프’ ‘눈이 부시게’ ‘타인은 지옥이다’ ‘동백꽃 필 무렵’ ‘기생충’..

배우 이정은(49)이 최근 출연했던 작품이다. 작품 선구안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핫’한 작품속에는 항상 이정은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는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해 수년간 쌓아온 탄탄한 필모그라피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도전정신과 성실함으로 심도 있는 연기를 펼치며 배우 생활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올해 최고의 수작인 KBS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공효진(동백)의 엄마인 조정숙 역할로 12회부터 첫 등장한 이후 딸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과거가 밝혀지면서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신 것은 물론, 깊은 모성애로 물들였다. 이정은에게 좋은 작품이 한두개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게 출연할 수 있었는지부터 먼저 물어봤다.

“촬영장에서 태도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공효진만 봐도 좋은 작품들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 작품을 끌고가는 힘은 연기만 잘해서가 아니라, 전체와 부분을 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나도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고 여기시는지 저를 몰라도 자주 불러주신다. 물론 제가 좋은 작품에 많이 출연한 걸 높이 봐주는 것 같다.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

이정은에게 ‘동백꽃 필 무렵’ 출연은 올해의 화룡점정이었다. 단순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여준 게 아니라, 딸을 버린 엄마 마음의 총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가 이번 드라마에 출연했던 계기가 궁금했다.

“마음을 움직은 것은 대본이 아니었다. ‘아는 와이프’와 치매가 겹칠까봐 걱정이 됐다. 차영훈 감독이 러브레터를 들고 와, ‘치매 보다는 부모와 자식을 생각하는 큰 그림이 있다’면서 자기 패를 다 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마다하는가? 바로 흔쾌히 결정했다.”

이정은은 “차 감독은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게,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놓는 배우에게 열려있다“면서 “권위는 내려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자신의 신호음을 명쾌하게 내는 감독을 나는 좋아한다. 배우는 그걸 듣고 움직여야 된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레퍼토리에 입단해 91년부터 연극을 했다.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에 출연하기도 했던 이정은은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시간강사였다.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사였지만, 한정된 에너지를 연기에만 쓰기 위해 전업배우로 나섰다. 또 스승인 최형인 교수의 “너 기분 어때”라고 묻는 방식의 연기론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연극무대는 완전히 발가벗어 자신이 완전히 배역을 만들어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초반 드라마를 찍을 때는 적응이 잘 안돼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기도 했다. 이제는 카메라가 움직여준다고 했다. 뜻밖에도 카메라 울렁증도 있었다고 했다.

이정은은 “드라마에서 여성은 결정적 시기에 남성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까불이에 의해 희생된 향미(손담비)가 사용하던 500㏄ 맥주 잔으로 까불이를 치는 장면은 동백의 성장, 앞길 개척의 키포인트다”면서 “오정세, 김지석 등 찌질한 남자 역할을 해준 남자배우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제가 특출나게 예쁜 얼굴이 아니잖아요. 돌아보면 옆집 아줌마 같고, 연기를 하면 보통 어머니 세대가 얘기하는 느낌일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평범함 속에 묵직함을 품고 있는 배우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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