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경 올해의 한자 : 分] 서초vs광화…갈라졌던 세상

정치적 공방이 다시 광장으로 영화 ‘기생충’ 같은 貧富차 극명

‘벽 말고 다리를 지어라’ 글귀 영화 ‘두교황’ 속 잔잔한 감동

2020년엔 分의 반대 合이 되길

 

2019년 광장에서 ‘2016년 광장’을 다시 생각한다.

2016년 촛불로 뜨거웠던 광장은 2019년 정확히 둘로 나눠졌다.

영화 ‘기생충’, 백수집 가장인 기택네 반지하 집, 햇볕이 가득한 박 사장 집의 고도와 명도차이 만큼 세상의 빈(貧)과 (富)의 거리는 아득하다.

우리의 광장은 서초인가 광화인가? 우리의 집은 지상인가, 지하인가?

이 질문을 생각하며 헤럴드경제가 뽑은 올해의 한자는 分(나눌 분)이다.分은 八(여덟 팔)자 모양 밑에 刀(칼 도)자가 있어, 칼로 반을 자른다는 의미다. 잘라서 나눠줄 수도 있고, 반으로 나눠질 수 있다. 2019년 한국은 나뉘었고, 나누는 문제가 늘 고민이었다.

2019년 한국은 이 두장의 사진이 설명해 준다. 검찰개혁 목소리를 외친 서초동(왼쪽)과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광화문으로 광장은 정확히 갈라졌다. [연합=헤럴드경제]

▶서초 vs 광화=올해 한국을 상징하는 가장 스펙터클한 한 장면은 가을 서초동과 광화문이 될 것이다. 광화문이 상징했던 광장은 서초동에 새로 건설됐다. 광장정치에 다소 낯선 보수는 광화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200만, 300만명 운운하는 비현실 만큼 2019년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이 자신들만 광장을 구축하고 양극단으로 갈라져 대치하는 모습 역시 낯선 풍경이었다.

광화와 서초에서 갈린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의회정치는 후퇴했다. 정치권은 오히려 광장으로 지지자들을 불러 모으면서 광장을 나눴다. 정치권의 무기력은 일 년 내내 이어지더니, 결국 연말까지 그대로다.

한국갤럽은 매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 연간으로 집계해보면 긍정 46%, 부정 45%로 거의 절반으로 나눠져 있다. 진영논리의 성(城)은 높아지고 단단해 지고 있다. 성이 공고해지는 만큼 진영을 잇는 다리는 끊기고 있다.

4000만 가지 해법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모든 국민의 관심이 있는 부동산과 교육. 올해도 부동산과 교육 분야의 갈등은 여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강남 대 비강남, 서울 대 지방의 집값 간극은 진행형이다. 교육 분야는 특목고 대 일반고란 오랜 구도를 깨는 특목고 폐지라는 극약처방이 나왔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지하 vs 지상=기쁜 소식이 많지 않은 한해였지만 영화 ‘기생충’의 성과는 모든 이들을 기쁘게 했다. 한국영화 첫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상을 받을 첫 한국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메시지는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기생충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빈과 부로 나뉘고 있는 세상을 영화로 풀어냈다는 점 때문이다. 설국열차에서 머리칸과 꼬리칸을 통해 계급을 은유했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는 반지하와 지상이란 수직의 분리를 통해 빈부격차를 말한다.

반지하에서 계단을 오르면 현관문이 나오지만, 또 다시 계단이 있다. 한국의 빈부격차가 지표로는 일부 개선조짐이다. 하지만 나아진 것은 요즘 일이고,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봉 감독이 “칸에서 공식 상영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 자국 이야기라고 했다”는 말처럼 빈부의 칸막이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일이다. 지난 10월 칠레의 ‘50원 시위’가 이를 상징한다. 칠레 정부는 지하철 요금을 약 50원 올리자 사회 불평등이 50원 시위로 집결되면서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다리 vs 벽=전 현직 교황의 얘기를 다뤄 잔잔한 화제가 되고 영화 ‘두 교황’. 전통과 보수를 상징하는 당시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개혁과 진보를 대표하는 현재 교황 프란치스코(당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가 주인공이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은 대화하고 용서하며 한 인물은 498년만에 자발적으로 교황에서 사임하고, 한 명은 후임이 된다.

카메라는 미국과 멕시코간 장벽을 보여주면서 거기에 씌인 글귀를 비춘다. ‘벽을 만들게 아니라, 다리를 지어라(Build bridges, Not Walls).’ 진영간 벽이 높아질수록 다리의 건설이 더욱 시급하다. 벽이란 수직보다는 다리라는 수평이 소통을 가져오고 싸움을 진정시킬 수 있다.

分의 반대에는 ‘合(합할 합)’이 있다. 合자는 뚜껑과 그릇이 함께 잘 결합해 있는 모습이다. 2020년 올해의 한자가 평화롭게 결합된 合이 되길 기대해보며 2019년을 보낸다.

전창협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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