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동식물 국회’

20191228000015_0

한국 국회를 꼬집는 표현 중 동물국회와 식물국회가 있다.

동물국회는 과거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마다 국회에서 몸싸움과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다.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되는 수모를 겪자 18대 국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오죽하면 이 법은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불린다.

반대로 식물국회는 여야 대치 상황에서 법안 통과율이 저조한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등의 경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제한되면서 결과적으로 19대 국회 들어 법안 통과 비율도 40%에 불과했다.

이번 20대 국회는 회기 막바지 공직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 상황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정도의 폭력 사태를 일으켰고, 법안 처리 실적도 30%로 법안 통과 실적도 최악인 ‘동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8개월 만에 재현된 동물국회=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이 예정된 27일. 국회 본회의 시작 전부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절대 반대’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세우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4시 32분께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문 의장을 에워싸며 입장을 저지하면서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한국당 의원들은 ‘인간장벽’을 두르면서 문 의장이 의장석에 올라서지 못하게 막아섰다.

이에 의장 경호원 10여명이 나서 통로를 확보하려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버티며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급기야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야 했다.

올해 4월 선거법, 검찰개혁법안이 신속처리안건, 패스스트트랙에 지정될 때 벌어졌던 ‘동물국회’가 8개월 만에 재현된 것이다.

[연합=헤럴드경제]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이후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허리 통증을 호소해 119 구급대에 이송됐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이 우습냐”고 소리를 질렀고,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우리를 다 잡아가라”고 응수했다.

▶19대 국회보다 더 심한 식물국회=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3500여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날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7211건으로 처리율이 30.5%에 그쳤다. 발의된 법안 10건 중 7건은 아직도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계류된 법안은 1만6400여건이다. 이들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이로써 20대 국회는 식물국회 지적을 받았던 19대 국회(40% 초반)보다 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20대 국회가 지난 국회보다 더 일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가 된 배경에는 1년 내내 이어진 ‘패스트트랙 정국’이 있다.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 관련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헤럴드경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두고 국회선진화법 도입 7년 만에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후 조국 사태로 인해 국회는 공회전을 거듭했다.

11월 말부터는 제2의 패스트트랙 정국이 본격화되며 제1야당인 한국당은 단식투쟁, 숙식농성, 장외투쟁 등에 돌입했다.

선거법 개정을 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실시했던 국회는 이번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onlinenews@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