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도 뉴트로] 트로트가 부활했다

송가인ㆍ유산슬이 끌어올린 트로트의 부활

‘새롭고 힙하다’, 뉴트로 트렌드와 함께 젊어진 트로트

“옛날 노래라는 선입견 깨지며 시장에서의 지분 생겨”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싹 다 갈아엎은’(‘사랑의 재개발’ 중) 트로트의 새 시대가 열렸다. 송가인으로 시작한 트로트 열풍은 유산슬(유재석)로 정점을 찍고 있다.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까지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뉴트로’(New+Retro) 트렌드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한해동안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할 현상 중 하나는 트로트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라며 “트로트가 옛날 노래, 나이 든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라는 선입견이 깨지며 여러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가인은 7년 무명을 딛고, TV조선 ‘미스 트롯’에서 진으로 선발되며 트로트 열풍을 촉발했다.

▶ 송가인이 밀고 유재석이 끌었다=지금의 트로트 열풍은 송가인에서 시작해 유재석으로 힘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뿌린 씨앗이 거둔 결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발점은 TV조선 ‘미스트롯’이었다. ‘미스트롯’은 TV조선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률(18.1%·닝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미스트롯’이 일으킨 반향의 중심에는 ‘숨은 가수’ 송가인이 있었다.

8년 무명의 송가인은 판소리를 전공, 정통 트로트를 구사하는 가수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송가인은 텁텁하고, 애절한 소리를 낸다”며 “요즘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한과 깊이를 보여주는 실력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의 인기는 프로그램 종영 이후 가속 패달을 밟았다. ‘송가인이 간다-뽕 따러 가세’·아내의 맛’(TV조선)에 이어 ‘전지적 참견 시점’(MBC)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11월 열린 콘서트 ‘가인이어라’는 MBC에 단독 편성, 8.5%의 시청률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태어난 유재석의 제2의 자아 유산슬은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을 통해 트로트 가수로 인기몰이 중이다.

송가인으로 부활한 트로트는 유재석의 ‘제2의 자아’인 유산슬로 폭발했다. 유산슬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했다. 유산슬의 히트곡 ‘합정역 5번 출구’는 공개 이후 멜론, 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의 톱100에 들며 방송에서의 인기를 입증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유산슬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를 만드는 사람들과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줘 트로트의 세계를 가깝게 다가오게 했다”고 평가했다.

트로트 스타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자, 방송가에선 제2의 송가인 발굴에 분주한 상황이다. 현재 후발주자들이 대기 중이다. TV조선에선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을, MBC에브리원에선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통해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MBC 제공]

▶ ‘뉴트로’ 트렌드와 젊어진 트로트= 송가인과 유재석을 주축으로 달아오른 ‘트로트 열풍’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뉴트로’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 ‘새로운 복고’, ‘요즘 옛날’로 불리는 ‘뉴트로’는 비단 국내에서만 일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과거를 모르는 10~20대들은 옛 것에서 신선함을 발견하고, 열광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과거의 것을 힙(Hip·최신 유행)하게 느끼는 것은 현재 그들이 향유하는 콘텐츠가 비슷비슷하고, 누구나 쉽게 소비하고 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라며 “밀레니얼 세대는 쉽게, 누구나 즐기는 문화를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 중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나는 것은 새로운 것, 색다른 것, 남들과는 다른 것에 이끌린다는 점이다. 정 평론가는 “그 대열에 트로트도 들어갔다”며 “이미 중장년층은 트로트를 꾸준히 소비했지만, 젊은 세대가 소비하게 된 것은 뉴트로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송가인 [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종편 채널을 시청하는 중장년층을 통해 촉발한 송가인의 인기는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사실 송가인, 유산슬로 이어진 트로트는 10~20대가 향유하는 음악과는 다르다. 귀를 간지럽히는 감미로운 보컬도, 화려한 아이돌 음악도 아니지만 트로트의 편견을 깨고, 재미있고 흥 나는 음악으로 인식하게 됐다. 게다가 ‘미스트롯’을 통해 정통 트로트도 다양한 장르로 변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10월 발매, 송가인이 피처링한 MC몽의 ‘인기’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에서 이틀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젊어진 트로트는 1020 세대가 열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와 홍진영이 발표해왔던 다양한 곡들은 트로트와 EDM이라는 ‘요즘 장르’가 접목돼 인기를 얻었다.

[MBC 제공]

정 평론가는 “트로트는 힙합, EDM 등 웬만한 장르에 얹어도 잘 어울린다”며 “가요에는 장르가 달라도 ‘뽕끼’가 깔려있고, 그것이 성공의 잣대로 이야기됐던 때가 있었다. 트로트는 보편적인 장르들을 우리 식의 특수한 방식으로 해석해 어색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평론가도 “트로트가 정통 장르를 파괴하고, 시대를 타는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를 ‘인접 장르와의 최신성’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BC '놀면뭐하니? 캡처]

트로트의 부활은 누구보다 트로트 가수들이 실감하고 있다. 요요미(26)는 “‘미스트롯’ 이후 트로트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예전에는 트로트를 어른들의 음악이라 생각해 제 또래는 듣지 않고, 꺼려 했는데 이제는 젊은 사람들의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요미의 별칭은 ‘중통령’(중년들의 대통령)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질 조짐이다. 유산슬과 ‘아침마당’(KBS1)에 출연한 데 이어 ‘런닝맨’(SBS)에서도 활약하며 팬층도 확장됐다. 요요미는 “전에는 삼촌 팬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젠 또래의 젊은 팬도 늘었다”며 “팬층이 특정 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때는 대중음악의 중심이었으나, 오랜 시간 소외됐던 트로트는 마침내 새로운 미래를 맞고 있다. 임 평론가는 “송가인, 유재석을 계기로 트로트라고 해서 안 될 것도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특정한 장르가 특정한 세대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트로트도 음악 시장에서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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