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도 뉴트로] ‘90년대 GD’ 양준일 신드롬…“위로와 위안을 주는 존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래가 30년을 앞서간 ‘시간 여행자’를 소환했다. 지드래곤을 닮은 ‘요즘 얼굴’ 탓에 90년대 GD(지드래곤), 탑골 GD로 불리는 남자다. 1991년 데뷔, 활동기간은 2년에 불과한 그는 30년 뒤 현재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수 양준일이다. 어느덧 50대가 된 양준일은 자신이 데뷔한 해보다 더 늦게 태어난 10대, 20대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한 이후, 양준일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까워지고 있다. 양준일이 처음 등장한 곳은 사실 ‘슈가맨’이 아니었다. 그의 존재가 시작된 곳은 동영상 재생 사이트 ‘유튜브’.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과거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영상이 확산되며 일찌감치 ‘시대를 앞서간 가수’로 주목받았다. 트렌디한 음악과 세련된 무대 매너는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음악에 열광하는 지금의 세대들은 기막히게 알아봤다.

10대들의 열광에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것을 찾는 ‘뉴트로’ 트렌드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양준일을 비롯한 과거 스타들이 출동하는 유튜브 채널 가운데 ‘SBS 케이팝 클래식’은 개설 3주 만에 동시 접속자 수 2만 2000명을 돌파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현재 구독자는 18만 3000명이다. 90년대 가수들의 출연 영상을 보여주는 또 다른 채널인 ‘어게인 가요톱10’도 11만 7000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독특한 문화를 찾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과거의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더 새롭고 특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복고’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새로운 레트로’, ‘요즘 옛날’로서의 ‘뉴트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뉴트로 문화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기성세대보다 젊은 디지털 세대가 더 많이 향유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중심에 바로 양준일이 있다.

’90년대 GD’, ‘시대를 앞서간 가수’로 불리는 양준일은 뉴트로 열풍과 맞물리며 현재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양준일이 활동 기간 동안 발매한 앨범은 고작 세 장에 불과하다. 1990년대 초반 두 장의 앨범으로 활동할 당시 양준일은 시대가 버린 ‘비운의 천재’였다.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정지되고, 몸으로 노래하는 자유분방한 아티스트였다. 시간을 거슬러온 양준일의 음악과 몸짓은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손 끝으로 튕겨내는 비트와 절제된 몸짓은 실루엣 만으로도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현재 유튜브에서 양준일의 단일 영상 중 ‘어게인 가요톱10’이 올린 ‘양준일 노래모음’은 무려 37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며, ‘슈가맨’ 출연 영상 역시 365만 건에 달하고 있다.

양준일의 인기는 진행형이다. 오는 31일에는 생애 첫 팬미팅을 열 계획이며, 현재 광고계와 뮤지컬 업계 등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양준일을 유료회원제 서비스인 ‘엘클럽’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30일부터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영상은 양준일의 히트곡인 ‘리베카’를 개사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었다.

유튜브 채널 ‘어게인 가요톱10’이 올린 ‘양준일 노래모음’은 현재 37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양준일의 현재의 인기에는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도 투영됐다. 정덕현 평론가는 ”50대가 넘은 지금도 괜찮은 아티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이 든 세대에게는 위로를 주고, 젊은 세대에겐 위안을 준다”며 “지금 젊은 세대의 불안 중 하나는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양준일과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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