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방위력 증강 부담에…빈곤층 지원 줄이는 EU집행위

EU 집행위, 장기예산안서 빈곤층 지원 최소 예산 절반으로 줄여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납부 예산 공백·프랑스 주도 자주 국방 움직임 배경

푸드뱅크연맹 “사회적 불안 고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 경고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새 EU집행위원회가 지난 1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 가운데,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18일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와 방위비 증액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빈곤층 지원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 유럽 대륙의 사회적 불안만 고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EU집행위는 2017~2021년 EU 장기 예산안을 통해 EU 회원국들이 빈곤층 지원 예산으로 최소 20억유로(2조5878억원)를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2020년 종료되는 장기 예산안에 포함된 빈곤층 지원 예산인 38억유로(4조916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해당 예산은 식량을 비롯해 옷과 신발 등 기본적인 물자에 대한 지원이 모두 포함한다.

가디언은 “집행위는 EU회원국들이 빈곤층 지원을 위해 현재 제안된 최소 예산의 두 배 가량을 할당하기를 희망했지만 회원국들은 최소 지원금액 이상의 돈을 내놔야 하는 어떤 의무도 없다”고 전했다.

EU집행위가 빈곤층에 대한 예산을 줄이면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는 오는 1월31일 예고된 브렉시트 이후 충격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렉시트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새 위원회의 최대 현안이자, 향후 회원국들의 장기예산안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최대 걸림돌로 거론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EU 경제에 비칠 영향이 향후 영국과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실물경제와 각 국의 국내총생산(GDP)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기준 영국이 지불했던 약 155억유로 규모의 예산이 당장 공백상태가 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방위비 증액을 통해 유럽의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자하는 주요 회원국들의 움직임 역시 빈곤층 지원 예산 삭감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유럽권 자주적 방어체계 구축의 핵심은 미국에 대한 방위 의존도를 줄이는 것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10개국은 이를 위해 현재까지 ‘유럽방위기금’이란 이름으로 130억유로(16조8697억원)에 달하는 자체 기금까지 마련한 상태다.

EU집행위의 저소득·빈곤층 지원 예산 감축 계획에 대해 관련 기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U인구의 6.6%인 약 3310만명이 심각한 식량·물질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만약 현 EU집행위의 장기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빈곤층이 가장 많은 동유럽부터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크 밴던슈리크 유럽푸드뱅크 연방국가 회장은 “빈곤층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 사회 안전성도 흔들리게 될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유럽 국민들의 건강화 사회 결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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